브렉시트 등 대중적 인기 영합
부패 연루 정치인에 환멸 표출
‘기부금 1억 수수’패라지 대표
밀크셰이크 뒤집어써 ‘곤욕’
정치권“폭력 정당화될수없다”


유럽의회 선거(23~26일)를 앞두고 영국 국민의 민심이 ‘밀크셰이크 테러’로 표출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인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각종 부패범죄 등에 연루된 극우 정치인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정치인에 대한 밀크셰이크 투척도 잇따랐다. 사흘 앞둔 선거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나이절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는 뉴캐슬 시티센터 앞에서 한 남성이 던진 밀크셰이크 컵에 맞았다. 이번 사건은 그에 대한 밀크셰이크 공격 계획이 SNS상에서 논의된 가운데 이뤄진 예고된 공격이다. 경찰은 지난 17일 그의 에든버러 선거유세 당시 인근 맥도날드에 밀크셰이크 판매 중지를 요청해가며 사태를 막기 위해 애썼지만, 패라지 대표는 불과 사흘 뒤 밀크셰이크를 몸에 뒤집어쓴 채 애꿎은 경호원들을 다그쳐야 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패라지 대표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를 이끈 주역으로 당시 영국독립당(UKIP) 소속이었다 지난 2월 브렉시트당을 창당했다. 최근 일간 텔레그래프에 하루 2000명의 기부자가 매일 10만 파운드(약 1억5000만 원)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여기에 페이팔 등을 통해 신고되지 않은 검은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패라지 대표뿐 아니라 영국 내 극우 정치인들을 향한 밀크셰이크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과 2일 반(反)이슬람 강경주의를 표방하는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의 창설자인 토미 로빈슨이 두 차례 밀크셰이크에 맞은 것을 시작으로 봇물처럼 번졌고 ‘밀크셰이킹’이란 단어가 새로운 신조어로 떠올랐다. 극우 성향의 칼 벤저민 UKIP 유럽의회 후보는 19일 오후 세인스버리에서 딸기맛 밀크셰이크에 맞은 것을 포함해 총 네 차례나 밀크셰이크 세례를 받았다. 벤저민 후보는 제스 필립스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의 트위터 계정에 “당신은 성폭행을 당할 가치도 없다”는 말을 남겨 유권자들의 분노를 샀고, 경찰 조사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발상과 행동은 그동안 브렉시트나 이민자 문제 등에 포퓰리즘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부패에는 계속 연루되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호주에서도 포퓰리즘·극우 정치인들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는 ‘에깅’이 영국에 와서 밀크셰이크로 바뀐 셈이다. 패라지 대표에게 밀크셰이크를 뿌린 32세 남성은 “이는 패라지와 그를 지지하는 모든 이에 대한 저항”이라고 자신의 범행 동기를 밝혔다. 정치권 등에선 폭력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6 유럽의회 선거 당시 극우단체의 테러로 목숨을 잃었던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의 남편인 브렌던 콕스는 “뭔가를 그들에게 던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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