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병원에 설치한 영남권센터
관련예산은 3억원 채 되지않아
인건비 1인당 1900만원 수준
정신건강 전문요원 처우 열악
심리지원 제 기능 다할지 우려


‘진주 방화 살인 사건’ 등의 재난 심리지원을 했던 국립부곡병원에 전국 최초로 권역 국가트라우마센터가 21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채 3억 원이 되지 않고 배정 인원은 당초 요구했던 인력(25명)의 3분의 1 수준인 8명에 불과하고 이조차 모두 기간제(올 연말까지)로 뽑아야 하는 등 처우가 열악해, 벌써부터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국립부곡병원은 국가 차원의 효과적인 재난 트라우마(사고 후유 정신장애) 심리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병원 내에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고 개소식을 개최했다. 센터의 팀원은 정신건강전문요원 8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립부곡병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8명이 채용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채용 조건이 열악해 적임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센터의 인건비 예산이 지나치게 적게 내려온 데다 내년 예산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 탓에 요원을 전원 올해 12월 말까지만 기간제 형태로 채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8인의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뽑는 데 배정된 올해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인건비 예산은 1억5300만 원으로 요원 1인당 1900만 원 정도만 배정이 됐다.

정신건강전문요원급 인력은 전국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서 수요가 많은 고급 인력이다. 일선 치매안심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수준의 인력이라 이 같은 열악한 조건에 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정원 공백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결국 정신건강전문요원급에 못 미치는 인력이라도 다급하게 채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간 국립부곡병원은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 지난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지난 4월 진주 방화 살인 사건 등 대형 재난·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차원의 재난심리지원 업무를 수행해왔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만 다섯 곳을 커버해야 하는 만큼 인력도 애초에 부센터장급을 포함해 25명을 요청했지만 기간제 8명만 배정된 것이다. 인건비를 포함해 운영비로 배정된 1억2000만 원 등 관련 예산을 합하면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총 2억9000만 원 정도에 그친다. 지난해 4월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설립된 중앙 국가트라우마센터도 26명의 인력 중 무기계약직만 19명에 달하고 예산도 14억 원 수준에 그치는 등 열악한 상황이다. 국립부곡병원 관계자는 “계약 조건이 올해 말까지인 만큼 내년 예산에 8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반영이라도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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