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영결식… 60여년간 헌신
21일 오전 7시 20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평생을 장애아동과 고아들의 어머니로 살다 간 고(故) 말리 홀트(Molly Lou Holt)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의 발인 및 영결식이 열렸다.(사진) 고인(故人)은 지난 17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은 홀트아동복지회장(葬)으로 5일간 열렸다.
이날 발인식에서 말리 이사장의 형제들과 친인척, 홀트아동복지법인 직원 등 약 40명은 홀트교회 김주현 목사의 집례로 찬송가 246장을 읽어 내려갔다.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거나 눈물을 흘렸다. 말리 이사장의 관은 세브란스병원을 떠나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를 잠시 들른 후 영결식이 열리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홀트복지타운 체육관으로 옮겨졌다. 관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오는 동안 운구차를 따라온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홀트복지타운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을 비롯해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말리 이사장은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인 고 해리 홀트와 버다 홀트 부부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홀트 부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한국의 혼혈아동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고아 입양 사업을 시작했다. 부부에겐 6명의 친자식이 있었지만 8명의 한국 고아를 미국으로 데려가 키웠고 이를 계기로 홀트아동복지회가 설립됐다. 린다는 장례식에 함께 온 크리스티나 홀트와 헬렌 홀트를 가리키며 “한 핏줄이 아니어도 우리는 모두 형제”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는 홀트 부부가 네 번째, 헬렌은 여섯 번째로 입양한 딸로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말리 이사장은 평생을 ‘가정을 잃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선물은 마음껏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에 와 간호사로서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를 돌며 의사나 병원이 없는 무의촌(無醫村)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2000년 8월부터 20년 가까이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을 맡았고 팔순의 고령에도 홀트복지타운에서 300여 명의 중증 장애인과 함께 지냈다. 만년까지 자기 방도 없이 장애인 4명과 함께 살았던 그를 장애인들은 ‘말리 언니’로 불렀다. 이들에게 말리 홀트는 영원히 ‘말리 언니’‘말리 누나’로 기억될 것이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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