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질서 유지를 강제하는 힘이 공권력이다. 특히 경찰은 생활 법치의 근간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공권력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발생한 ‘구로동 여경(女警) 파문’도 본질은 여성 경찰관의 물리력 여부가 아니라 공권력의 무기력이다. 취객이 남성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고, 이를 제지하는 여성 경찰을 밀친 사건의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처음에는 미숙한 대응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전말을 보면 경찰이 공권력 집행에 주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다.

사건 당시 두 경찰관은 3단봉과 권총·테이저 건 등 장비를 갖췄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단순 취객에게 그런 장비를 사용하면 과잉 대응이 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경찰은 현장에서 정당하게 필요한 장비를 사용해도 뒤따르게 될 부작용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장비 사용과 관련,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경찰관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만 돼 있을 뿐 세부 규정이 없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물리력 행사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거의 없고, 혹 소송을 당해도 전담팀이 지원한다. 그러나 한국 경찰은 개인이 대응해야 한다. 특히, 문 정부 들어 백남기 사건 당시 살수차를 지휘·조종한 경찰관 3명이 6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된 이후 경찰의 몸 사리기가 더 일상화하는 것 같다.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시위대와 법원·검찰·지방자치단체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고 회사 경영진을 폭행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태까지 보였다. 경찰을 때리거나 업무를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 받지만, 실형 선고 비율은 10% 미만이다. 질서는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문 정부는 왜 경찰관들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도 나서지 않으려 하는지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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