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515·2590건서
작년엔 3915·4313건으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A(18) 양은 얼굴도 잘 모르는 아버지의 빚을 떠안을 뻔했다. 어렸을 때부터 A 양을 학대했던 알코올의존자 아버지는 빚만 남긴 채 숨졌고, 어머니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A 양은 시설 원장의 도움으로 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려 결국 법원에서 상속포기 신청을 인용 받았다.
이처럼 “빚까지 대물림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느는 것은 ‘경기불황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노인이나 청소년의 경우 제도를 잘 몰라 신청 기한을 놓치는 일까지 빈발해 법률 취약계층이 빚을 대물림받지 않도록 법률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3915건의 상속포기와 4313건의 한정승인이 인용됐다. 2009년에 상속포기가 2515건, 한정승인은 2590건 발생한 것과 비교할 때 최근 10년 사이 상속포기는 55.7%(1400건), 한정승인은 66.5%(1723건) 각각 증가한 것이다. 상속을 받을 때는 재산·채권 등뿐만 아니라 빚도 물려받게 되는데,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 상속자가 상속권을 포기하는 게 상속포기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빚을 갚는 제도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구조공단에서는 지난해에만 상속포기 154건, 한정승인 589건의 소송구조가 접수됐다. 강원 태백시에 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B(여·78) 씨는 아들이 죽은 뒤 아들이 신용카드 회사에 빚진 400여만 원을 떠안았다. 그러나 글을 읽을 줄 모르는 B 씨는 빚이 상속된다는 사실도, 신용정보회사에서 보낸 독촉장들의 의미도 잘 알지 못했다. 나중에 다른 자녀가 찾아와 서류 내용을 읽어 주고 나서야 아들이 진 빚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상속포기 기한인 3개월을 넘긴 뒤였다. 결국 B 씨는 공단의 도움으로 특별한정승인이 인용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경기 불황의 한 단면으로도 해석된다”면서 “선 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후 순위 상속인이 알지 못하는 새 부채를 상속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작년엔 3915·4313건으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A(18) 양은 얼굴도 잘 모르는 아버지의 빚을 떠안을 뻔했다. 어렸을 때부터 A 양을 학대했던 알코올의존자 아버지는 빚만 남긴 채 숨졌고, 어머니는 10여 년 전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A 양은 시설 원장의 도움으로 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려 결국 법원에서 상속포기 신청을 인용 받았다.
이처럼 “빚까지 대물림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이 느는 것은 ‘경기불황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노인이나 청소년의 경우 제도를 잘 몰라 신청 기한을 놓치는 일까지 빈발해 법률 취약계층이 빚을 대물림받지 않도록 법률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3915건의 상속포기와 4313건의 한정승인이 인용됐다. 2009년에 상속포기가 2515건, 한정승인은 2590건 발생한 것과 비교할 때 최근 10년 사이 상속포기는 55.7%(1400건), 한정승인은 66.5%(1723건) 각각 증가한 것이다. 상속을 받을 때는 재산·채권 등뿐만 아니라 빚도 물려받게 되는데,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 상속자가 상속권을 포기하는 게 상속포기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피상속인의 빚을 갚는 제도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구조공단에서는 지난해에만 상속포기 154건, 한정승인 589건의 소송구조가 접수됐다. 강원 태백시에 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B(여·78) 씨는 아들이 죽은 뒤 아들이 신용카드 회사에 빚진 400여만 원을 떠안았다. 그러나 글을 읽을 줄 모르는 B 씨는 빚이 상속된다는 사실도, 신용정보회사에서 보낸 독촉장들의 의미도 잘 알지 못했다. 나중에 다른 자녀가 찾아와 서류 내용을 읽어 주고 나서야 아들이 진 빚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상속포기 기한인 3개월을 넘긴 뒤였다. 결국 B 씨는 공단의 도움으로 특별한정승인이 인용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경기 불황의 한 단면으로도 해석된다”면서 “선 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후 순위 상속인이 알지 못하는 새 부채를 상속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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