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조 친권자징계권 수정키로
미혼모 신원보호 출산 등 도입
일부 “국가가 부모 위에” 반발
정부가 모든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지 못하도록 민법 조항 개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유교적인 ‘회초리 문화’가 흐르는 한국 현실에서 부모의 자녀 교육 권리와 법적인 통제를 놓고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법안 개정을 모색할 계획이다.
23일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가정 내 체벌 금지와 함께 아동 놀이권에 대한 정책 차원의 대응, 미혼모 등의 인권 보호를 위한 보호출산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민법 제915조에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해당 조항에는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이 제외될 경우 부모는 훈육 등의 이유로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징계권이라는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는 지적을 수용해 해당 용어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체벌의 정도와 사유 등 위법성 조각 여부까지 검토해서 (관련 법 개정을)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해 학교 등에서 아동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 확보를 위한 정책적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미혼모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산모의 인권보호를 위해 신원을 감춘 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의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신생아를 누락 없이 국가 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도 추진한다. 가정 체벌 금지는 전 세계적으로도 확산 추세다.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현재는 세계 54개 국가에서 가정 체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대응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공감하면서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자식이 잘못할 때는 체벌도 할 수 있는 것이 부모인데, 국가가 부모의 위에 올라서려 한다”고 말했다.
최재규·윤정아·조재연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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