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美인사들 만나면
화웨이 쓰지 말라는 이야기해”
아직 美의 공식적 요구는 없어

日매체 “KT, 판매중단 검토”
KT “검토한 적 없다” 부인


미국이 우리 정부에 수차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장비 퇴출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23일 확인되면서 미·중 전략 경쟁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일단 미국의 공식적 요구가 아닌 데다, 민간 기업의 경영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답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간 ‘치킨게임’ 양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화웨이 퇴출과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한국에 강하게 요구하면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미국 인사들을 만나면 어느 급에서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확인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겨냥한 구체적인 요구라기보다는 미국의 기본적인 최근 전략이 그렇다는 점을 포괄적으로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5세대(G) 통신망 구축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내 업체가 LG유플러스인 만큼, 미국의 요구도 LG유플러스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의 경영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화웨이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반도체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을 공급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경제적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작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이날 “한국 이동통신사 KT도 지난해 10월 발매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재고가 소진되면 화웨이 제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KT 측은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동맹인 일본·호주는 화웨이와 ZTE(중국 2위 업체) 배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전략 없이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단순한 경제 갈등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가치 전쟁 차원에서 대응하는 상황에서 ‘미루기’는 미국의 의구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공개적으로 대중 견제용 ‘인도·태평양 전략’ 가입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외교는 한·미, 한·중 전략이 없고 오로지 남북관계로 단순화된 것 같다”며 “인도·태평양 전략과 함께 화웨이 문제 역시 동맹인 미국 입장에서는 가장 중차대한 문제인데 한국 정부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이해완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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