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4년만에 ‘창비’에 중편 ‘배에 실린 것을…’ 발표

“작가로서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 더디게해
걱정 끼쳐 미안하고 죄송

쓰는 것밖에 할수 없는 사람
과분한 기대 차차 갚아 갈터”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4년 동안 줄곧 혼잣말을 해왔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지난 2015년 문학계를 흔들어놓은 ‘표절 파문’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신경숙 (사진)작가가 4년 만에 작품 활동을 재개하며 독자에게 사과했다. 신 작가는 23일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200자 원고지 220매 분량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별도로 소회를 밝혔다.

신 작가는 창비사를 통해 배포한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소회문에서 “지난 4년은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다”며 “새삼스럽게 작은 호의, 내민 손, 내쳐진 것들의 사회적 의미,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절절히 깨닫기도 했다”고 지난 4년을 회고했다. 이어 신 작가는 “많은 비판과 질책을 받으면서도 제일 마음이 쓰였던 것은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던 동료들과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준 동지 같았던 독자들께 크나큰 염려와 걱정을 끼쳤다는 점”이라며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려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신 작가는 지난 2015년 6월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이는 문단 권력 비판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주요 출판사들이 문예지 편집위원을 교체하고 새로운 문예지가 만들어지는 등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신 작가는 “제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눈빛과 음성”이라며 “저는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신 작가와 절친한 사이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허수경 시인을 그리워하며 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 작가가 고인과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과 통화 내용이 일부 작품에 담겼고, 칩거하는 동안에 느낀 심경과 미래를 향한 다짐을 암시하는 부분도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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