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4%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2일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0.2%포인트 낮췄다. 문제는, 앞으로 수출 감소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방경제에서 경기 경착륙은 기업 부실과 금융 부실을 늘게 해 자본 유출을 초래한다. 외환위기도 경기 경착륙으로 기업 부실이 늘어나면서 발생했음을 생각하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먼저, 내년 임금인상률을 최소화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은 경제에 지나친 충격을 주어 고용을 줄이고 성장률을 낮춘다. OECD도 지난 2년 동안 29%나 높인 최저임금 인상과 낮은 생산성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된 배경으로 보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OECD 상위권 50% 국가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지나치게 높인 임금이 비숙련 노동자들의 고용을 줄게 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도 필요하지만, 고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용을 줄여 노동자의 후생을 오히려 낮출 수 있다. 그리고 명목임금 인상도 필요하지만, 주택 가격과 생활물가를 안정시켜 실질임금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으로,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추경과 같이 단기적인 확대재정 정책 사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정 지출 증가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늘어나게 하므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에 사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지출보다는 필요한 인프라에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포스트 케인스학파도 확대재정지출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조해 주기보다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끝으로,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출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신흥 시장국에서 경기침체와 경상수지 악화가 동시에 올 경우 그 나라는 자본 유출의 위험에 노출된다. 그동안 경기침체로 실업이 늘어나고 기업 수익이 줄어드는 데도 자본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은 경상수지 흑자로 대외 건전도가 높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 것도 문제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수출 감소로 성장률 둔화와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가 우려된다. 정책 당국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적극적인 수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환율을 안정시키고 수출기업을 중시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KDI는 지금의 저성장 국면이 순환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라고 분석한다. 비효율적인 노동시장 개혁과 인적·물적 자원을 재배치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 경착륙을 막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 각 부문에 있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리는 수요 중심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기술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공급 측면에서의 전략도 필요하다. 임금이 이미 오르고 노동시간도 줄어든 지금 산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기술 경쟁력 제고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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