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문재인 정부가 아무리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폐해를 ‘남 탓’으로 돌리며 분칠을 하더라도 해외의 냉철한 시선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연이어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평가절하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폭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을 두고 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4%까지 낮춘 것보다 미국이나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은 모두 올리면서도 한국만 낮춰잡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늘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한국 경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경제는 글로벌 평균 이하로 떨어져 계속 추락하고 있다. 단단히 잘못된 길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OECD는 한국의 최저임금 급등 전략이 거꾸로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증가세를 저해했다고 평가했다. 1분기 일자리 증가는 대부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 그쳤다고 깎아내렸다. 재정이 만든 임시방편적 일자리다. 이는 국내 언론과 학계가 오래전부터 경고하고 우려했던 대목이다. 그때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소위 ‘어용 언론’과 열성 지지층 등을 총동원해 “기득권의 발목잡기” “악의적 위기론 조장” 등으로 방어하면서 기를 쓰고 보지 않으려 했던 팩트이기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OECD는 최저임금을 추가로 대폭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상당폭 올릴 생각인 것 같다. 오히려 OECD의 경고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 OECD는 한국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재정확대 정책을 지속하라는 점도 조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0%’ 준수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던 만큼 정부가 이를 빌미로 재정 건전성을 뒤흔들 가능성이 보인다.

최저임금을 올리든, 근로시간을 단축하든, 또다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든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는 생산성이다. 생산성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혈세 낭비라는 것이 주류 학계와 언론의 꾸준한 지적이었다. OECD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생산성 향상과 동반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노동생산성”이라고 밝혔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1명당 산출량을 의미한다.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내놓은 ‘산업별 노동생산성 변동요인 분석’ 자료에서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키울 방안으로 △고용 경직성 완화 △생산성에 기반한 임금체계 확산 △고용 형태의 다양화 등을 제시했다. 즉, 노동생산성을 키우려면 노동개혁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결같이 노동계가 반대하는 안이다. 해법은 정부가 노동계의 양보를 얻는 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노동개혁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었다. 한국 사회의 최대 기득권이자 권력이 된 노동계를 설득하지도 못하고, 출구도 제시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 결국, OECD의 좋은 조언도, 생산성 없는 소주성만 부여잡는 우리 경제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mykim@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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