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왼쪽 사진) 감독. 봉 감독은 영화 ‘옥자’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해외 인력과 손발을 맞춰보는 등 국경을 초월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오른쪽) 이 때문에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외 자본이 한국 영화계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왼쪽 사진) 감독. 봉 감독은 영화 ‘옥자’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해외 인력과 손발을 맞춰보는 등 국경을 초월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오른쪽) 이 때문에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해외 자본이 한국 영화계로 대거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흥행 노린 ‘기획 상업영화’ 아닌
한국적 소재로 인간 보편성 호소

30일 개봉 앞서 예매율 39.9%
7개월간 세계 각국 개봉 로드쇼
예술적 성공에 대중적 인정 예감


봉준호 감독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작가주의 예술영화나 흥행을 전제로 기획된 ‘1000만 영화’가 아니어도 대중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웰메이드’ 영화라면 얼마든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면서 한국영화 제작 문법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소위 ‘르네상스’를 거치며 한국영화는 외형적으로 급성장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면서 국제무대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았고, 국내에서는 ‘1000만 영화’가 잇달아 터지면서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300억∼400억 원을 쏟아부어 만든 ‘1000만 영화’가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는 위기 속에 영화계는 슬슬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기생충’의 등장과 성과는 기존 한국영화의 제작 시스템을 바꿀 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생충’은 초기 투자 단계에서 자칫 묻힐 뻔했다. 거장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면 누구든 투자하는 분위기지만 흥행을 점칠 수 없는 모호한 줄거리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봉 감독은 가장 한국적이고 미시적인 소재를 글로벌하고 거시적인 문제로 키웠다. 입주 과외 같은 지극히 한국적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 양극화라는 문제점을 파고들어 보편성을 확보했다. 외국인들은 과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회 계층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가족의 갈등과 대립은 충분히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국내 영화계는 ‘기생충’의 흥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술적 성공에 이어 대중적으로도 받아들여진다면 한국영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기획성 상업영화나 독립영화로 나누지 않고 상업성과 예술성을 적절히 배합하는 영화의 기획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행히 30일로 예정된 국내 개봉 일정은 순항하고 있다. 27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예매율 39.9%, 예매관객 수 8만5450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J ENM 측에 따르면 이는 “개봉 주의 월요일 성적으로 했을 때 흥행 작품인 ‘부산행’이나 ‘신과 함께’의 예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크린도 1000개 이상 확보됐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연말까지 7개월여 동안 전 세계 ‘개봉 로드쇼’가 예정돼 있다. 6월 5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20일 홍콩·마카오, 27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브루나이·베트남, 28일 대만, 8월 초 체코·슬로바키아, 11월 22일 북미, 12월 중 헝가리·이탈리아에서 연쇄 개봉한다. 투자·배급을 하는 한 유력 제작자는 “최근 ‘극한직업’이 기대 이상으로 흥행해 분위기가 반등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 만들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봉 감독의 수상 효과가 국내 영화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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