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3개 안건에 대한 ‘범여 4당’의 무리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이 정국 파행의 결정타가 된 가운데, 현직 검사장이 장문의 ‘검찰 개혁 건의문’을 26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냈다고 한다. 개혁 대상인 검찰의 현직 고위 간부가 그런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가, 또 다른 집단이기주의 발로 아닌가 등의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합당한 것들이다. 따라서 올바른 수사구조 개혁, 그리고 패스트트랙으로 꼬인 정국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국민과 국회 모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의 건의문은 검찰 개혁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패스트트랙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기소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논리적이다. 검찰 시각에서 자기 비판과 더불어 객관적 논거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개혁 방안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송 지검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 개혁안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제인데, 검찰 중립의 직접 분야인 공안·정치·특수 사건에 대한 개혁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했는데, 설득력이 있다. 검찰 개혁이 제기된 것은 권력의 ‘충견’ 역할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그는 “민정수석비서관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는데, 이들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예정 사항을 일일이 사전 보고를 해야 하느냐”면서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만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나고,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9가지 구체적 제안도 정곡을 찌른다. 현직에서 검찰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를 개선해 신망과 존경을 받는 인사를 기용하고, 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수사권 조정 등이 엉뚱하게 선거제도와 연계돼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옳다. 3개 안건 모두 별개로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여당이 의석수 확대를 노리는 군소 정당 3개를 끌어들인 것은 ‘거래’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 의석 증원 요구가 나오면서 그 기만성도 확인됐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다. 책임 있는 집권세력이라면 하루빨리 패스트트랙 철회 선언을 하고, 원점에서 재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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