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지난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란히 참석했다. 대통령 외부행사가 있을 때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지키는 관례를 깬 것이다.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가진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때도 그랬다. 다음은 미래자동차 차례다. 문 정부가 올 들어 밀고 있는 ‘3대 신성장산업’이다.

노 실장은 지난 1월 8일 임명장을 받은 직후 문 대통령에게 “시간이 지나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소한 두세 개 산업에 대해선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분야를 거론했다. 그런데 그 3개 그대로 문 정부가 브랜드로 삼겠다는 업종으로 굳어진 것이다. 직접 얼개를 짜고 현장까지 챙기고 있으니 사실상 ‘노영민표 산업’이다. 노 실장이 국회 산업 관련 상임위에서 오래 활동했다고는 하나, 정상적인 그림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 때 ‘산업정책이 없다’는 취지로 질타하더니, 요즘은 시스템 반도체 등을 “우리 경제 신성장 동력의 3개 기둥”이라고 띄우고 있다. 왜 굳이 이 3개 산업일까. 시장 성숙도, 기술 수준, 고용 효과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불모지가 아니라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업종을 고른 것이다. 벌써 3년 차에 접어든 문 정부의 치적이 되려면 2∼3년 안에 자랑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야 한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과 2개 업종에서 겹친다.

역대 정부마다 간판 산업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정보기술(IT),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차세대 성장·녹색성장·창조경제란 키워드로 주력 업종을 나열했다. 그러나 IT 정도를 빼면, 정권이 바뀐 후 흔적없이 사라졌다. 다만, 노 정부가 2003년 내건 10대 성장동력산업엔 미래형 자동차·차세대 반도체·바이오 신약이 들어 있다. 3대 산업도 ‘신상품’은 아닌 것이다.

문 정부가 ‘8대 선도사업’ 식으로 열거하기보다 3개를 꼭 집은 것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시장이 정부의 예측이나 정치적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건 아니다. 자원을 특정 분야에 몰아주면 피해를 보는 쪽도 생긴다. 산업정책에서 단기 승부는 통하지 않는다. 3대 핵심산업 구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차량공유·원격의료·데이터 등 관련 규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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