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억달러 ‘中 보조금’ 정조준
中, 농업보조금 2억명에 지급
“식량안보 포기 못한다” 반발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전쟁과 기술냉전에 이어 산업·농업 보조금 충돌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양측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3500여 개 상장기업에 제공한 보조금 규모만 역대 최대인 223억 달러(약 26조4143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새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천문학적 보조금 문제를 최대 쟁점으로 여기고 공정한 경쟁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2억 명 농민 일자리 유지와 식량 안보를 위해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수 없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데이터베이스업체 윈드가 지난해 중국 증시에 상장된 3545개 기업의 수익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기업에 제공한 각종 보조금이 1538억 위안(약 223억 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2017년보다 14%가량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경제담당 책임자는 “암묵적 보조금과 다른 비관세장벽을 제외한 규모”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기업 보조금을 더할 경우 전체 규모는 2017년 기준 43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영석유업체 시노펙(75억 위안)이 지난해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다. 상하이(上海)차의 보조금은 36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지원한 보조금 규모는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3조7000억 위안)의 4% 이상을 차지했다.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보조금에 의존하기도 했다. 창안(長安)차는 지난해 거둔 전체 순익(6억8000만 위안)보다 훨씬 많은 28억7000만 위안을 보조금으로 받았다. 특히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돼 기업 수익 등이 악화하면서 보조금 지급이 급증했다.
농업 분야 보조금과 관련, 미·중 무역협상에 밀접한 중국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식량 안보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의 최우선 쟁점 중 하나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정조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東京) 기자회견에서 “보조금 따위를 원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라는 미국인들의 요구를 등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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