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자신감상실 3년차 증후군”
靑 “물밑 조율·협의 사안 많아”


청와대가 각종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틀째 공개 일정을 잡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 경제 지표 악화 등 현안들이 줄지어 있지만 청와대가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거나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초 추진했던 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는 일이 많고, 기대했던 대북 정책마저 정체하면서 자신감을 상실하는 3년 차 증후군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무기력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27일에 이어 28일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을지·태극 연습 보고 관련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일상적인 보고를 받는 등 공개 일정만 없을 뿐 업무는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이낙연 총리와의 정례 오찬도 진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 업무를 보고 있다”며 “29일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공개 일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오후에는 국세청장을 포함, 3∼4명의 차관급 인사 발표도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공식·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건 ○○기관에 물어보라”는 답변이 부쩍 늘었는 지적도 여권에서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화웨이 제재 관련 논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불거진 외교·안보 이슈에서는 청와대가 모호한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이슈들은 모두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해당 부처를 중심으로 물밑에서 조율하고 협의할 사안이 많다”고 밝혔다. 심각한 경기 침체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어떻게 밝히든 경제 정책 기조 수정 여부와 연결지어 해석되는 상황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간 만남에 대해 청와대는 “청와대 관계자는 동석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밝혔다.

한 야당 관계자는 “화웨이 논란만 해도 기업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보다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며 “청와대가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도 소홀하다면 무책임하고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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