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이란 개념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누구도 경험해 본 일이 없다.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은 시간여행의 역사를 살피고, 시간여행이 어떻게 과학·수학·철학·문학·영화 등 다양한 영역과의 소통과 교류로 이어졌는지 흥미진진하게 분석한다.   Pixabay 제공
시간여행이란 개념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지만, 누구도 경험해 본 일이 없다.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은 시간여행의 역사를 살피고, 시간여행이 어떻게 과학·수학·철학·문학·영화 등 다양한 영역과의 소통과 교류로 이어졌는지 흥미진진하게 분석한다. Pixabay 제공

- 타임 트래블 / 제임스 글릭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조지 웰스, 1895년 ‘타임머신’
SF소설서 시간여행 개념 시작

아인슈타인·호킹·우디 앨런…
시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 담아

친숙해도 난해한 ‘시간의 본질’
스토리텔링으로 재밌게 풀어내


시간여행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개념이다. 시간여행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과거 혹은 미래로 가는 행위’다. 현재 기술로 인류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연히 시간여행을 경험한 사람 또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시간여행이 어떻게 우리에게 친숙해진 걸까. 당연히 해볼 만한 질문인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이 질문은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있었다.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동아시아)은 이 질문을 바탕으로 시간여행의 역사와 대중화 과정을 살핀다.

저자에 따르면 놀랍게도 시간여행이란 개념은 대중에 소개된 지 고작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그 시작은 영국 소설가 겸 문명 비평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에 발표한 과학소설(SF) ‘타임머신’이다. 웰스는 시간이 네 번째 차원이란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시간여행이란 개념을 창안했다.

시간여행이란 개념은 이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를 발전시킨다. 이 논쟁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보탠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리처드 파인먼·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부터 앙리 베르그송·마이클 더밋 같은 철학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소설가, 우디 앨런 같은 감독까지 화려하다.

철학자 월터 피트킨 컬럼비아대 교수는 ‘타임머신’을 혹평하며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며, 이 속도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같아야 한다”며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달랐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는 초속 2억9979만2458m로 일정한데,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라면 시간 자체는 절대적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완벽한 동시성, 즉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며 소설에 손을 들어준다. 시간여행이란 조금 황당하게 튀어나온 개념이 오히려 시간의 본질을 밝혀주는 단서가 된 것이다.

논쟁은 계속 가지를 친다. 아인슈타인의 친구였던 수학자 쿠르트 괴델은 “이 세계에서는 과거로 여행하는, 또는 과거를 경험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괴델에 따르면 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일 순 없다. 그 순간 시간 여행자 자신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호킹은 ‘순서보호가설’이라는 이론을 제시하며 물리학적으로는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한다. 호킹은 “우리는 미래에서 온 관광객 무리에게 침략당하지 않았고, 또 우리가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증거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같은 논의가 어떻게 과학·수학·철학·문학·영화 등 다양한 영역과의 소통과 교류로 이어지는지 흥미진진하게 엮는다. 이를테면 저자는 괴델의 ‘시간성 폐곡선’ 개념에 아인슈타인의 논평을 더한 뒤 사례로 영화 ‘터미네이터’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호킹과 킵 손의 ‘웜 홀’에 관한 연구는 영화 ‘인터스텔라’로 이어지고, 크리스 마커의 소설이자 영화 ‘환송대’를 리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시간여행에 관한 논의는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근원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시간이 ‘실재’인지, 시간이 ‘존재’하는지 묻는 논쟁의 분석을 시도한다. 우리는 시간에 맞춰 알람을 설정하고 약속을 잡는 등 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수량화하는 데 익숙하다. 우리의 상식과 감각에 따르면 시간은 당연히 존재하고, 시간이 없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물리 방정식에는 시간의 흐름을 입증하는 증거가 전혀 없다. 과학 법칙은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은 실재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인식과 반하는 결론이 나온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을 믿는 우리에게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은 끈질기게 퍼진 망상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양자역학 분야의 전설적인 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은 “물리학에서 시공간의 과거·현재·미래 구분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간의 본성·특징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묻는다. 시간의 정체와 의미는 무엇일까. 과연 ‘실재’란 무엇일까. 결론을 낼 수 없는 질문의 연속이지만, 그 답을 생각해보는 과정이 흥미로워 마치 아이작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깨’에 올라 먼 곳을 내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지적인 독서가 주는 쾌감이다. 383쪽, 2만 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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