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 /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김영사

‘딜레마’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쓰였던 논증이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둘 다 곤란한 선택이어서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을 경우를 들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딜레마논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A와 B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모순개념에서는 A가 아닐 때 B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모순이 아닌 반대개념의 경우에는 수많은 중간개념이 있다.

이 책에서 요시타케 신스케는 이것과 저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것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하나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럼 나머지 의견을 지지하는 것이냐며 무조건 몰아붙이는 이들에게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라는 반문으로 맞선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 문장은 출구가 된다. 미래에는 환경이 오염돼 무시무시한 일만 벌어질 거라는 오빠의 말에 주인공인 여동생은 ‘떨어뜨린 딸기를 로봇이 재빨리 받아주는 미래’ ‘낡은 신발을 화분으로 삼아 꽃을 피우는 미래’ 등 여러 가지 많은 미래가 있다고 대답한다. 두 개의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자기가 나서서 직접 새로운 것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장차 어른이 되면 ‘미래를 생각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주인공에게 괜찮은 미래들의 존재를 알려준 할머니는 정작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단 하나의 결말만을 쓸쓸히 기다린다. 그러나 주인공은 할머니에게 아직도 몇몇 멋진 미래가 남아 있다고 설득한다. “그것만 있을 리 없잖아요”라는 말을 돌려주며 낙담의 시간에 정지해버린 할머니의 인생 시계를 휘휘 돌려 다시 움직이게 한다. 갑자기 내일 엄청 건강해져서 세계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응원한다. 논리학에서는 셋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할 때면 트릴레마, 경우의 수가 수없이 많으면 펜탈레마라고 부른다. 요시타케 신스케가 삶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개나 세 개를 놓고 뱅뱅 도는 고민을 펜탈레마로 확장하는 것이다. 아침식사로 달걀 프라이와 삶은 달걀 중 하나를 고르라는 엄마의 말에 29가지 달걀 종류를 늘어놓는 주인공을 보면 저절로 유쾌해진다. 오늘도 쳇바퀴 같은 고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만 있을 리가 없잖아”라는 씩씩한 주문이 필요하다. 32쪽, 1만2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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