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버스노선 배분·관리하고, 업체는 운행·차량 책임
서울시, 지난해 5402억(밀린 지원금 포함) 메워
교통복지 강화 차원 시작
2004년 7월 서울 첫 도입
적자노선 감차·폐지 막고
서비스 업그레이드 기대
현재 7개 광역시도 시행중
경기는 광역노선 일부적용
지자체 年 1000억 쏟는데
업체 방만·족벌경영 만연
준공영 확대 부정여론 많아
지원근거도 업체자료 의존
지자체 “중앙서 추가지원을”
정부선 “지방사무” 선그어
정부가 버스파업을 막기 위한 ‘카드’의 하나로 ‘버스 준(準)공영제 확대 시행안’을 꺼내들면서 준공영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확대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 이미 15년째 시행 중인 제도다.‘버스혁명’이란 찬사와 함께 ‘버스재벌 양산’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는 준공영제의 의미와 도입 배경, 명암을 살펴봤다.
1. 버스 준공영제는…
말 그대로 공영제와 민영제를 섞어 놓은 버스 운영 방식이다. 버스 노선 배분과 관리 권한은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시내버스 운송 사업자들은 운행, 차량 관리 등을 담당한다. 지자체는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 모은 다음 버스 회사에 분배금처럼 지급한다. 운행은 운송 회사가 맡되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책임은 지자체가 지는 방식이다. 운송 회사에 적자가 나면 지자체가 지원하는 식으로 적정 수입을 보장해 준다.
2. 취지와 장점
버스 운영의 공공성을 높여 민영 체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교통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자체가 적정 수입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버스 회사들이 적자 노선을 무차별 감차하거나 폐지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또 버스 기사들도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어 난폭 운전 가능성이 줄고 고객 서비스도 개선될 수 있다.
3. 언제 처음 도입됐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4년 7월 서울시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서울시 버스는 민간 업체에 의해 완전 독립채산 방식으로 운영되는 순수 민영제였다. 2001년부터 시가 적자 노선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2004년 버스 준공영제를 공식 도입했다. 현재 서울시를 포함해 부산(2007년 5월)·대구(2006년 2월)·인천(2009년 8월)·광주(2006년 12월)·대전(2005년 7월)·제주(2017년 8월) 등 7개 광역시도가 시내버스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경기는 지난해부터 일부 광역버스 노선에 준공영제를 적용하고 있다.
4. 기사들 처우 개선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매년 2000억∼3000억 원의 재정을 버스 업계에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버스기사들이 받는 처우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훨씬 좋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7.5시간으로 주당 52시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급여는 390만 원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난 15일 타결된 서울시 버스 노사 협상에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임금 5.98% 인상, 정년 연장(63세까지), 자녀 학자금지원 등을 요구했다.
5. 지자체 부담 얼마나
준공영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지자체가 지는 재정 부담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매년 수백억∼수천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부담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첫해 1278억 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조7155억 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는 예산 부족으로 주지 못했던 지원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면서 버스 적자분을 메우는 데 5402억 원을 투입했다. 특히 서울 버스 노사가 올해 임금을 3.6% 인상하기로 하면서 시 부담은 330억 원 더 늘었다. 부산(1134억 원), 대구(1110억 원), 인천(1079억 원), 광주(639억 원), 대전(576억 원), 제주(965억 원), 경기(242억 원)도 지난해 막대한 재정을 추가로 부담했다.
6. 중앙정부 지원 왜 없었나
버스운송사업 업무와 재원이 지난 2005년 모두 지자체에 이관됐기 때문에 버스업무 지원은 지방정부 소관이라는 게 중앙정부 설명이다.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버스업무를 ‘지방사무’라고 부른다. 지자체 이관과 함께 행정안전부가 ‘보통교부세’란 이름으로 지방에 큰 덩어리의 예산을 주는데 지자체는 지역별 우선순위에 맞춰 이 예산 중 일부를 떼어 버스 지원에도 쓰고 다른 곳에도 쓴다. 버스만을 위한 예산이 아니다 보니 버스에 넣을 몫은 늘 부족하다는 게 지자체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교통특별회계’(자동차세의 일부를 넣어 둔 예산) 내 버스계정을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재정당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7. 버스업체 방만경영 논란
지자체들이 마른 수건을 쥐어짜며 버스업체를 지원하는 와중에 드러난 버스회사 경영진의 비리는 준공영제를 위협한다.
서울시 버스업체 65곳 가운데 42곳이 사장의 친·인척이 임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무려 5개 버스회사에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고 8억 원의 연봉을 챙긴 경영자도 있었다. 2월 부산에서는 사장이 친·인척들을 유령 직원으로 두고 이들의 임금을 챙기는 수법으로 회삿돈 32억 원을 빼돌렸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경기도에서도 버스업체 2곳을 운영하면서 현금 수입을 축소하고 허위 회계장부를 꾸미는 수법으로 지자체 지원금 10억여 원을 가로챈 경영자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한 교통 전문가는 “고질적인 경영비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투명한 관리·감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8 ‘표준운송원가’란
버스운송 회사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표준운송원가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표준운송원가는 버스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주는 지원금의 근거가 된다.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 임원 급여, 정비직 급여, 정비비, 적정 이윤 등으로 구성된다. 표준운송원가를 정할 때 버스사업조합과 협상을 거쳐야 한다.
특히 표준운송원가 산정을 업체가 제출하는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큰 허점으로 꼽힌다. 서울시의 경우 하루 버스 1대당 표준운송원가는 준공영제 도입 당시인 2004년 44만 원 선에서 꾸준히 상승해 10년 후인 2014년에는 70만 원을 넘어섰다. 서울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표준운송원가가 2004년부터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3%)만큼만 올랐다면 2014년에 59만3000원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9. 정부 구상 개편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준공영제에 따른 버스운송 회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면서 ‘새 모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총리나 저나 똑같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준공영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버스가 아닌 광역버스에 한해 준공영제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전면화할 경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준공영제 전국 확대를 언급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는 일단 광역버스로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준공영제 모델은 업계의 방만경영 가능성을 줄이면서 준공영제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10. 준공영제 확대 어떻게
지난 14일 당정과 지자체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이번에 확대되는 버스 준공영제는 광역버스에 한정돼 있다. 김 장관 말대로 전면화의 경우 방만경영이 심화할 수 있고, 버스 업무를 모두 중앙정부 업무로 다시 가져오는 것은 재원 등의 이유로 현 상황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시·도를 넘나들어 특정 지자체에만 책임을 지우기 애매한 광역버스만이라도 일단 국가사무로 전환해 국비 지원을 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아울러 기존에도 중앙정부 업무였던 M 버스(광역급행버스·Metropolitan Bus)도 함께 준공영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재원이 얼마가 들지는 한국교통연구원, 경기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해 살펴보기로 했다.
박수진·최준영·이후민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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