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꺾인 삼성 관계자들 토로
잇단 보도에 투자자 문의 빗발
경제계 “사람잡을 지경” 우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국적 기업 삼성의 위기감이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의심, 추정, 추측이 남발되면서 수십 년 쌓은 글로벌 평판도가 저하되고 비전과 투자 역할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며, 자칫 고사(枯死)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절박한 움직임까지 내비치고 있다.

31일 경제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정체로 삼성전자와 부품사의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진은 모두 발이 묶였다. 삼성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기업활동, 노조 사건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직원, 그때의 경영진, 바이오 관련 경영진은 모두 검찰 수사 대상이라는 ‘정신적 감옥’에 갇혔다”고 털어놓았다. 전체 임직원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됐다.

검찰은 앞서 30일에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2명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업지원 TF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2017년 2월 해체된 후 계열사 지원과 조율 역할 등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는 부서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던 시스템 반도체 일류화 장기투자계획(133조 원)수립 지원 등 미래사업 전략 등에 대한 컨설팅, 가이드 제공 역할을 했던 사업지원 TF는 이번 수사 여파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투자자의 동요도 심각하다. 삼성전자의 외국인보유주식 비중은 지난 17일 기준 57.1%, 매출 비중은 90.1%에 달한다. 삼성전자 IR팀과 해외 언론담당에는 연일 해외투자자, 외신으로부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는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데 추측성 보도에 대해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를 지켜보는 경제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불리한 진술을 제출하지 않을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식의 삼성 수사는 공권력의 대표적 횡포로, 삼성을 소위 재벌개혁의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환부를 도려내기 위한 외과 수술이 아니라 신체 전 부위에 칼을 대는 해부(解剖)수준으로, 사람을 잡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민종·이은지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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