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격한 발언에 이어 한국당의 산불 피해 대책회의에 정부 당국자들과 한전 담당자 등이 집단 불참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날선 논쟁을 촉발했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지위는 매우 특별하다.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정치인이자 정부의 수반이지만, 삼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지위에서도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 및 권한이 오남용될 때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탄핵 등 각종 통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통제 이전에 대통령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야 한다.
정당 공천을 받아 선출된 대통령은 그 당의 옹호자일 수밖에 없고, 정치인이기에 정치적 중립은 요구될 수 없는 걸까?
유사한 문제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제기된 바 있으며, 2002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해결됐다. 정치인도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에서는 정파적 편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물론, 국회의장이 된 후에 당적을 버린다고 해서 원래 소속 정당과 유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임기 후 복당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국회의장 재임 중 당적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국회의장의 편향성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또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 사건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노 대통령이 “선거가 가까워지는 시기에… 특정 정당의 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고 2차례나 경고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광범위한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갖는 최고의 정무직 공무원이므로 선거 과정에 있어서도 일정 범위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무원, 특히 대통령의 선거 중립으로 인해 얻게 될 ‘선거의 공정성’은 매우 크고 중요한 반면, 대통령이 감수해야 할 ‘표현의 자유 제한’은 상당히 한정적”이라면서 기각 결정으로 중앙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젠 관권선거의 우려가 사라졌다고, 그래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대선 때마다 국가정보원의 개입, 댓글 조작 등 문제 되는 사안이 너무 많다.
그러면 선거 중립 이외의 정치활동은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은 정당의 대표이기 전에 국민 전체의 대표다. 특히,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은 정파성을 벗어난 대승적 활동이 요구되며, 사회적 갈등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할 때도 중립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약 등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이 과도한 편향성을 보일 경우 갈등이 증폭되고, 대한민국의 장래가 어두워진다.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함은 선택 아닌 필수다.
이와 관련, 최근 개헌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제 및 대통령의 당적 이탈 의무를 명시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점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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