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탁해 손 더듬는 중 발견
韓 잠수사들이 수습 사전 약속
좌측 선미 쪽서 시신 건져올려
헝가리‘빠른 인양’계속 주장에
韓 ‘잠수작전 우선’강하게 요구
3일(현지시간)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발견된 한국인 여성 추정 시신은 강의 거센 물살에도 불구하고 하류로 흘러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실종자들이 사고 발생 지점 부근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침몰한 선체의 인양을 계획하고 있는 헝가리 당국과 달리 ‘선수색 후인양’을 요청하고 있는 한국 측의 입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현장지휘자인 송순근(주헝가리 대사관 국방무관) 대령은 “배의 좌측 선미 쪽에서 잠수요원이 시신을 발견했다”며 “강의 시계가 좋지 않아 시신이 어디에 걸려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속을 눈으로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듬거리다가 시신이 우리측 잠수사의 몸에 닿아 수습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송 대령은 “작전을 마친 잠수사에 의하면 세월호 작전보다 유속이 훨씬 빠르고 시계가 안 좋아 지금까지 참여했던 잠수작전 가운데 가장 어려운 작전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헝가리 당국의 공동작전으로 이뤄진 이날 잠수작전은 한국 측의 강한 요구로 실행됐다. 그간 헝가리 당국은 다뉴브 강의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빨라 잠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침몰 선박인 허블레아니 호의 인양을 먼저 하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한국 측은 인양 과정에서 선박이 파손되거나 유해가 손상·유실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잠수를 통해 실종자를 수색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한국의 입장이 수용돼 이날 시범 실시한 잠수 작전에서 1명의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앞으로도 잠수를 통한 선체 진입과 실종자 수색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오는 9일쯤으로 예상되던 허블레아니 호 인양 계획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첫 잠수작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이 먼 상태다. 이날 시신 수습은 선체 주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본격적인 선체 내부 진입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송 대령은 “작전 환경이 좋아지면 인양에서 선체 수색 쪽으로 자연스럽게 방향이 바뀔 것으로 본다”면서도 “헝가리 측과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네프자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터 폴트 헝가리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과 국제적 관계를 고려해 허블레아니 호 침몰사고 수사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수사 역량을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현재 침몰사고 수사는 부다페스트 경찰이 담당하고 있었지만, 폴트 총장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이번 유람선 침몰사고를 계기로 유럽 내륙 크루즈 선사의 ‘노예 노동’ 실태가 승객 안전을 위협해 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는 ‘강 여행: 기만적인 전원’이라는 기사를 통해 스위스와 유럽 내륙을 운항하는 크루즈 선사들이 저임금의 노동착취를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숙련된 직원들이 오래 근무하지 않아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에 맞춰 헝가리 당국은 부다페스트 공항의 디지털 광고판에 게시돼 있는 여행상품 ‘십렉(난파선·침몰선) 선상 파티’ 광고를 철거할 것을 해당 업체에 요구했다. 이 상품은 5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상황상 섣부른 오해와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철거 여론이 커졌다.
부다페스트=조재연 기자 jaeyeon@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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