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공연장 못잖은 ‘소리의 향연’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외모로 가창의 부족함을 숨기는 가수는 아니다. 오페라 스타로 군림할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

이런 생각을 새삼 한 것은 국내 최초로 사운드시어터를 표방한 ‘오르페오(ORFEO·사진)’에서였다. 오페라 영화 ‘라보엠’을 보는 동안 음악 소리가 워낙 선명하게 들리는 덕분에 늘 논란이 돼 온 네트렙코의 가창력을 깜냥 따져볼 엄두를 낼 수 있었다.

‘오르페오’는 사운드플랫폼 오드(ODE)가 서울 한남동 대사관로에 개관한 음악콘텐츠 전문 상영관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음악가 이름을 빌린 이곳을 지난 1일 오후 홀로 찾아간 것은 큰 기대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난 3월에 문을 열었는데, 소리도 소리지만 공간이 깔끔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을 담당 기자로서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모던 풍의 건물에 새로 들어선 극장이니 쾌적은 당연한 것. 무대나 좌석 등의 디자인이 고급스럽다.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지 않고 극장 측에서 생수 한 병만 제공하는 것도 쾌적을 돕는다.

문제는 ‘생생하고 정확한 소리를 재현해서 최고의 현장감을 전달한다’는 오디오·영상시스템이 제대로 구현되느냐는 것. 오드 측 책자에 의하면,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인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스피커로 29채널을 구성, 32개의 스피커를 설치했다고 한다.

돌비(Dolby)사의 서라운드 기술인 돌비애트모스(Dolby Atmos)가 이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벨기에 바코(Barco)사의 영상 프로젝터가 가세한다. ‘라보엠’을 보는 내내 소리의 향연에 빠져 있었기에 그런 정보를 신뢰할 수 있었다. 다른 장르도 따져 봐야 하겠으나 오페라 영화의 생생함은 여느 극장과 달랐다.

30석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적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신에 다른 관람객이 기침만 해도 신경이 쓰인다는 단점이 있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에 ‘orfeo’를 쳐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사전 예약한 후 현장에서 멤버십 가입 절차를 거치면 이용할 수 있다. 관람료는 2만5000원에서 4만 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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