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출연자들 돌풍 일으켜
지상파도 유사 프로그램 론칭
장범준·악동뮤지션 등 배출
요리·연기 등 여러 분야 확장
시즌 거듭되자 포맷 식상해져
관찰예능에 인기 내주고 하락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 평가도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TV 중간광고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한 방송인 김성주의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을 오디션 열풍으로 들끓게 만들었다. 딱 10년 전인, 2009년 7월 24일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첫 번째 시즌이 막을 열었다. 아무런 기반이 없어도 재능 하나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서인국, 허각, 울랄라세션, 로이킴, 곽진언 등의 스타를 낳았다. 수백만 명이 실시간 문자 투표에 참여하고, 최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케이블채널의 위상을 다시 쓴 ‘슈퍼스타K’ 이후 10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현 위치는 어디일까.
◇비(非) 연예인부터 기성까지 섭렵=‘슈퍼스타K’가 지핀 오디션 열풍은 전 방송사로 확대됐다.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 등 지상파에도 유사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Mnet은 분야를 넓혀 래퍼 오디션 ‘쇼미더머니’에 이어 여성 래퍼의 경쟁을 다룬 ‘언프리티 랩스타’, 10대들의 랩 대결을 그린 ‘고등래퍼’를 연이어 선보여 성공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해 관찰 예능에 트렌드를 뺏기며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들해졌다.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은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변주됐다. 이미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거나 연습생 신분인 이들이 출연해 자웅을 겨루고, 상위권에 랭크된 이들에게 프로젝트 그룹으로 정식 데뷔할 기회를 부여한 ‘프로듀스 101’은 아이오아이, 워너원, 프로미스나인 등을 연이어 스타덤에 올리며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트레이닝을 받은 참가자들의 실력도 월등해 보는 재미가 커졌다. Mnet 관계자는 “‘슈퍼스타K’가 주로 비(非) 연예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디션이었다면,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성 가수들이 참가자로 출연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많던 스타는 어디로 갔나=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십 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거액의 우승 상금까지 거머쥐며 주목받았던 서인국은 가수 겸 배우로 활동 중이고, 허각과 곽진언 외에 ‘K팝 스타’ 시리즈의 우승자인 악동뮤지션 등도 한층 물오른 실력을 과시하며 가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승자 못지않은 괴력을 발휘하는 이들도 있다. 버스커버스커라는 밴드로 참가했던 장범준이 대표적이다. 그는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벚꽃엔딩’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겼다. 지난 3월 발표한 앨범에서도 ‘당신과는 천천히’ ‘노래방에서’ 등의 노래가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2년 방송된 ‘K팝 스타’ 시즌1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가수 이하이 역시 독특한 음색으로 팬들을 사로잡으며 당시 우승자인 박지민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이 이후의 행보까지 담보하진 않았다. ‘슈퍼스타K4’의 우승자인 로이킴을 비롯, 같은 해 톱4에 진출했던 정준영, 에디킴 등은 각종 예능프로그램까지 섭렵하며 탄탄대로를 걸었으나 최근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되며 추락했다. ‘위대한 탄생’ 3번째 시즌 우승자인 한동근도 차세대 발라드 가수로 주목받았으나 지난해 음주운전이 적발돼 활동을 중단했다.
이 외에 ‘K팝스타’ 시즌 5, 6의 우승자인 이수정과 보이프렌드, ‘슈퍼스타K’ 시즌 6, 7의 우승자인 케빈오와 김영근 등은 이전 시즌 우승자들에 비해 활동이 저조한 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식었다는 방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단순히 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요리, 연기, 디자인, 모델 등 다양한 방면으로 파생되며 한동안 대한민국을 오디션 공화국으로 만들었다”며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는 말처럼 우수한 지원자들이 줄어들고, 식상한 포맷에 싫증을 느낀 대중이 관찰 예능으로 시선을 돌리며 자연스럽게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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