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Too big to fail)’.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기업이 정상적인 기준으로 도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산 시 부작용이 너무 커 구제금융 등을 통해 존치되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에선 AIG,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주로 구제금융을 받았다. 금융 분야에선 특정 금융회사의 도산은 관련 기업들의 연쇄 부실 혹은 도산으로 이어질 여지가 많기 때문에 공적 자금 투여를 통해 일정 정도에서 진정시키는 것이 방치해 놓는 것보다 효과적이라는 논리가 통용되는 편이다. 하지만 GM,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은 상당 부분 고용을 우선시한 정책이었다. 이 회사들이 도산할 경우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공적자금이 투여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적자금이 투여된 회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1999년 KDB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뒤 현재도 여전히 그 상태다. 대우조선 정상화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13조 원 가까이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거제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였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배체제가 장기화되면서 3조 원 이상의 대규모 분식 회계, 산업은행 등의 잦은 낙하산 인사 투입 등 일반 회사에서 일어나기 힘든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조선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회사들도 피해를 본다는 점이었다.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는 기술력 격차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회사들이 주로 수주하는 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3곳이 한꺼번에 달려들다 보니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때가 많았다. 업황이 안 좋으면 더 문제다. 산업은행 자회사 생활에 익숙해진 대우조선해양이 다른 경쟁 민영 회사에 비해 자구 노력에 느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산업은행 자회사 체제가 크게 나쁠 게 없다. 망하더라도 지켜줄 안전판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3월 27일 국회 발언(회사 부실에 대해 근로자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헐값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산업은행 주도의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겨준다기보다는 한국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 의지가 훨씬 더 크고, 나는 그 생각에 찬성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러한 절차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3일에는 대우조선해양 노조 때문에 현대중공업 실사 활동이 무산됐다. 이 은행장 말을 빌려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근로자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니 회사 부실에 대한 책임만큼 현대중공업의 인수에 협조하라.”
yo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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