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소식 타고 사고지점 집결
다리 곳곳서 ‘아리랑’ 메아리 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26명의 한국인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안타까움이 담긴 ‘아리랑’이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가에서 울려 퍼졌다. 3일(현지시간) 오후 7시 다뉴브 강 사고 현장 인근의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는 현지인들의 비영리 합창단 ‘칙셀다(Csikszerda)’가 주최한 허블레아니 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 합창 행사가 열렸다. 원래 칙셀다 회원은 400명 규모지만, 이날 행사엔 SNS 등을 타고 소식이 알려지며 헝가리인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헝가리 잠수사들에 의해 한국인 추정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수습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열렸다.
머르기트 섬을 가운데에 두고 다뉴브 강 양안을 연결하는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무려 150m의 장사진을 친 참가자들은 서툰 발음이지만 경건한 태도로 사고 지점을 보면서 아리랑을 불렀다. 긴 행렬인 탓에 모든 참가자가 박자를 맞춰 한목소리로 곡조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다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의 음율은 화음처럼 울려 퍼지며 노을과 함께 다뉴브 강을 물들였다. SNS 상의 행사 공지에는 아리랑을 총 세 번에 걸쳐 함께 부르기로 돼 있었지만,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헝가리인들의 아리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20여 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차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춰서 이들의 합창을 지켜봤다.
이날 라틴 문자로 표기된 아리랑 악보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던 이바 베르톡(여·61)은 “지난해 공연에서 아리랑을 불렀는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뒤 한국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노래를 다시 함께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악보를 나눠주던 리카 발카이(여·29)도 “사고 소식을 들은 뒤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피해자 가족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이 아름다운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의사인 죠르지(여·47)는“사망자를 기억하고 가족의 슬픔에 공감을 표하기 위해 공연에 나섰다”고 했다. 5년 동안 칙셀다에서 노래해온 컴퓨터 프로그래머 토마시(50)는 “아리랑은 한국인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불러온 역사적인 노래라고 알고 있다”며 “이 노래를 통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일부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다리 위에 그대로 서서 실종자가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다뉴브 강을 조용히 바라봤다.
부다페스트=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다리 곳곳서 ‘아리랑’ 메아리 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26명의 한국인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안타까움이 담긴 ‘아리랑’이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가에서 울려 퍼졌다. 3일(현지시간) 오후 7시 다뉴브 강 사고 현장 인근의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는 현지인들의 비영리 합창단 ‘칙셀다(Csikszerda)’가 주최한 허블레아니 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 합창 행사가 열렸다. 원래 칙셀다 회원은 400명 규모지만, 이날 행사엔 SNS 등을 타고 소식이 알려지며 헝가리인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헝가리 잠수사들에 의해 한국인 추정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수습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열렸다.
머르기트 섬을 가운데에 두고 다뉴브 강 양안을 연결하는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무려 150m의 장사진을 친 참가자들은 서툰 발음이지만 경건한 태도로 사고 지점을 보면서 아리랑을 불렀다. 긴 행렬인 탓에 모든 참가자가 박자를 맞춰 한목소리로 곡조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다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의 음율은 화음처럼 울려 퍼지며 노을과 함께 다뉴브 강을 물들였다. SNS 상의 행사 공지에는 아리랑을 총 세 번에 걸쳐 함께 부르기로 돼 있었지만,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헝가리인들의 아리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20여 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차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춰서 이들의 합창을 지켜봤다.
이날 라틴 문자로 표기된 아리랑 악보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던 이바 베르톡(여·61)은 “지난해 공연에서 아리랑을 불렀는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뒤 한국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 노래를 다시 함께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악보를 나눠주던 리카 발카이(여·29)도 “사고 소식을 들은 뒤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피해자 가족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이 아름다운 노래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의사인 죠르지(여·47)는“사망자를 기억하고 가족의 슬픔에 공감을 표하기 위해 공연에 나섰다”고 했다. 5년 동안 칙셀다에서 노래해온 컴퓨터 프로그래머 토마시(50)는 “아리랑은 한국인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불러온 역사적인 노래라고 알고 있다”며 “이 노래를 통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일부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다리 위에 그대로 서서 실종자가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다뉴브 강을 조용히 바라봤다.
부다페스트=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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