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車·바이오 육성 등
곳곳서 ‘文 복심의 힘’ 확인
부처 실무자 靑에 상의 늘어
6일로 청와대에 들어온 지 150일째 되는 노영민(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 여권에서는 ‘복심(腹心)의 힘’이 확인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1기 청와대 참모진과 달리 노 실장 임명 이후 청와대 ‘군기’가 바싹 세워졌고, 핵심 정책 곳곳에서 노 실장의 흔적이 묻어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소통도 원활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론 청와대 그립이 강화돼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던 1기 청와대 참모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노 실장은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부터 계속 곁을 지킨 측근이자 실세라는 게 청와대 기강에서도 느껴진다”며 “확실히 노 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비서실장의 ‘그립’이 세졌다”고 평가했다. 노 실장은 취임부터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히 하라는 취지의 ‘춘풍추상(春風秋霜)’을 내걸며 청와대 내부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노 실장의 청와대 기강 잡기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기인한다는 관측이 많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종석 전 실장보다 노 실장의 스타일이 참모에 더 적합하다”며 “꼼꼼하고 치밀한 노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더해져 노 실장의 권한이 상당히 세졌다”고 밝혔다. 형태는 참모형이지만 실세형 비서실장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노 실장의 ‘힘’은 청와대의 정책 기조에서도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시스템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 그리고 바이오 산업을 신성장 3대 동력으로 꼽은 데에도 노 실장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실장은 취임 직후부터 세 산업을 콕 집어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 기업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은 사람이 노 실장”이라고 꼽았다. 대통령의 외부 행사 때 비서실장은 청와대를 지키는 게 관례지만 이례적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는 노 실장도 동행했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게 상당한 권한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만큼 ‘청와대 정부’는 강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들이 외교 안보나 경제 등 정부부처 실무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상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장차관을 제쳐 두고 업무지시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특히 청와대에 힘이 집중된 상태에서 ‘실세 비서실장’이 들어서니 청와대가 정책을 결정하고 부처는 손발 역할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는 그대로 이어지고 취임 직후부터 공을 들인 ‘한반도 평화’도 남북·미북 관계가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는 등 1기 청와대의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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