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4억 들여 만든 시설
운영비 늘며 2015년 가동중단
市, 전시관 전환 계획 세우고도
석달 넘게 수상에 그대로 방치
전기·펌프설비 부식 우려 커져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74억 원을 들여 만든 ‘서울 월드컵 분수’(사진)가 4년 6개월간 운영을 중단한 채 같은 자리에 계속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선보인 월드컵 기념 시설물이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자 재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혈세 낭비 우려만 커지고 있다.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02년 9월 선유도공원 인근 한강 수상(水上)에서 처음 운영된 월드컵 분수는 이후 과다한 운영비와 시설 노후화 문제 등으로 인해 2015년 1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채 제자리에서 방치되고 있다. 시설 운영 초기에는 연간 630시간을 가동하며 약 6억 원의 운영비를 썼지만, 이후 노후화 등 문제가 불거지며 수리비용이 늘어 2014년에는 연간 36시간만 가동하고도 3억 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이에 시 한강사업본부는 시설 원상 복구와 기능 전환 등을 놓고 수차례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지난해 월드컵 분수의 내외부를 수리해 ‘한강 역사·문화 전시관’ 콘텐츠로 기능을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약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올해 3월쯤에는 수상에 설치된 분수를 선유도공원 둔치 쪽으로 가까이 이동 조치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행교로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에서 3개월이나 지났지만 월드컵 분수가 여전히 수상에 머무르는 등 사업은 기대만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2년에는 시민에게 새 시설을 선보인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현재까지 구체적인 시설 활용 방안에 대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그 사이 분수의 전기·펌프 설비와 수상 선박 시설 등은 부식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졌고 안전성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월드컵 분수를 언제 이동시킬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기능을 전환할지 등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인데, 오는 8월까지는 관련 용역을 마칠 계획”이라며 “다만 분수가 한강 수상에 있었던 특수성을 고려해 한강 역사·문화 콘텐츠로 꾸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월드컵 분수는 2002년 월드컵 개최 기념으로 1999년 고건 서울시장 때 계획돼 이명박 시장 때인 2002년 9월부터 본격 운영됐다. 높이 10m·중량 290t 규모의 바지선에서 202m 높이까지 물을 뿜어내 한때 서울의 명물로도 꼽히며 시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