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에서 만난 아미팬 라모스
수원서 2년 거주…‘떼창’도 해


“한국이 좋아서 수원에서 2년 넘게 살았어요. 그러다가 방탄소년단(BTS)의 팬이 됐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한글을 배웠습니다.”

2일(현지시간) BTS 콘서트가 펼쳐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서 만난 아드리아나 라모스(26·사진)는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지 1년. 오랜만에 만나는 BTS 공연은 그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국에 대한 갈증을 풀어줬다.

“원래 스페인에서 태어났어요. 런던의 모던함에 반해 고등학교 졸업 후엔 영국에 살았는데 그 도중에 한국에 다녀온 것이죠. 23∼25세 때였어요. 패션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BTS를 알게 됐죠. 강력한 퍼포먼스와 보이스가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모아 콘서트에 가고, 앨범과 기념품을 수집했어요. 한글도 열심히 공부했고요. 오늘 공연도 85파운드짜리를 리셀러(Reseller)한테서 200파운드 주고 산 거예요.”

라모스는 대답은 영어로 했지만 기자가 하는 한국어를 거의 다 알아들었다. 지금도 BTS의 앨범과 가사집,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덕분에 BTS 공연에서 한국말로 하는 ‘떼창’도 대부분 함께할 수 있었다. “BTS가 한국어로 노래한다고 해서 벽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새 노래가 나오면 아미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가사를 번역해주니까요.”

라모스는 BTS가 비틀스에 비교됐을 때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동의할 수 없다. BTS와 비틀스는 분명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BTS의 노래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공감과 힐링의 메시지가 있어요. 제가 혼자 한국에 있을 때에도 BTS의 앨범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있다는 느낌. 오늘 공연에서도 언제나 아미와 함께하는 그들에게서 크게 위로받았습니다. BTS의 다음 런던 공연까지 기다려야 할지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까지 가야 할지 벌써 고민이네요.”

런던=글·사진 김인구 기자 clark@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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