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선거 기부금 수수說에
패라지 “벌주기위한 재판 불참”


지난달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당 돌풍을 일으킨 영국의 나이절 패라지(사진) 브렉시트당 대표가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유럽의회는 24시간 안에 해명하라고 요구했고 패라지 대표는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4일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의회가 패라지 대표에게 사업가 애런 뱅크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 선거를 치른 데 대해 24시간 내 유럽의회 산하 감시 위원회에 출석하라고 소환했다. 유럽의회는 해당 행위에 대해 패라지가 명확히 해명하지 못할 경우 오는 7월 유럽의회에서 그가 승리연설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날 패라지 대표는 유럽의회의 출석 요구에 대해 ‘캥거루 재판’(벌을 주기 위해 여는 엉터리 재판)이라고 부르며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패라지 대표는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을 준비하는 데) 24시간밖에 받지 못했다”며 “이것이 유럽연합의 민주주의 스타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회가 나를 막는다면 나에게 투표한 수천 명의 목소리는 누가 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패라지 대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비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뱅크스로부터 후원을 받던 당시 정치를 떠나려고 했고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의회에 45만 파운드(약 6억7500만 원)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유럽의회가 다른 의원들의 공금 낭비를 조사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앞서 영국 채널4 방송은 패라지 대표가 브렉시트 찬성 진영의 최대 기부자인 기업인 뱅크스로부터 45만 파운드의 이득을 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각종 송장과 이메일, 서류, 통장 기록을 토대로 뱅크스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년 동안 패라지에게 운전기사가 있는 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러 갈 때 지출한 미국행 비용 등을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뱅크스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 ‘록 서비스’를 통해 매달 1만3000파운드(1950만 원)에 달하는 첼시 지역의 주택 임대료를 보조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현재 영국 수사당국이 해당 지원에 범법행위 여부에 관해 조사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조만간 패라지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패라지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이 밝혀지면 의회 수당 지급이 보류되거나 한 달 동안 의정활동이 정지될 수 있다. 유럽의회 의원은 제3자가 제공한 여행비, 숙박비, 생활비 등을 신고해야 한다. 패라지 대표는 논란이 된 기부금 사용 내역을 유럽의회에 공표하지 않았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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