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4일 빅토리아 광장에서 촛불을 켜고 30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한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4일 빅토리아 광장에서 촛불을 켜고 30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한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시민 18만명 촛불집회 주도… ‘지련회’ 차이야오창 부주석

“반혁명 폭란 딱지 떼어내고
진실 알리려 계속 노력할것”

홍콩정부 ‘범죄인 인도’ 추진
야당인사 송환우려 시민 반발


“우리 홍콩인들은 톈안먼(天安門) 사건의 진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4일 밤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0주년 기념 추모 촛불집회에 시민 18만 명 이상이 모였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홍콩 시민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지난해 촛불집회 참여 인원 11만5000명보다 크게 늘어나 “사상 최대 인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련회 주도로 톈안먼 시위 다음 해인 1990년부터 매년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야오창(蔡耀昌·50·사진) 지련회 부주석은 “톈안먼 시위의 진실을 감추고자 하는 중국 정부는 사람들이 잊기를 원하겠지만, 홍콩인들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차이 부주석은 “홍콩은 톈안먼 시위의 진실을 알리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사건은 1989년 6월 4일 베이징(北京)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와 정치개혁 등을 요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인민해방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유혈 진압한 사건을 말한다.

이날 촛불집회 무대에는 ‘공의 승리(公義勝利)/육사 평반(六四平半·톈안먼 사건 재평가)’ 등의 구호가 양옆에 펼쳐져 있었다. 톈안먼 사건의 진실이 알려져 중국 정부가 규정한 ‘반혁명 폭란(暴亂)’ 딱지를 떼어내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이날 집회는 참가자들이 1분간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톈안먼 사건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 회원들이 스크린으로 인사를 전할 때는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머니회의 한 회원은 “지난 30년 동안 홍콩의 촛불은 우리와 함께했고, 힘든 시기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줬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촛불 집회 성황은 톈안먼 사건 30주년 추모와 더불어 현재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본토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 등은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차이 부주석은 “중국 정부는 범죄인 인도 법안으로 ‘홍콩의 중국화’까지 꾀하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큰 물줄기를 뒤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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