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문건·박찬주 갑질 등
“군 사기 저하 치명상만 입혀”


군에 대한 적폐 청산 등 과거사 조사는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을 ‘불법적 일탈 행위’로, 박찬주 전 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은 ‘군내 갑질 문화’로 낙인 찍으며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그쳤다. 세월호 유족 사찰 등 일부 적폐를 청산한 성과가 있지만, 군의 사기만 꺾었다는 비관적인 평가가 더 많다.

7일 군 등에 따르면 기무사는 이번 정부 들어 끊임없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세월호 유족 사찰과 대선 댓글 공작 사건은 기무사의 역할을 벗어난 불법 행위가 입증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는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에게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계엄령 문건의 성격과 작성·지시 주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를 세월호 유족 사찰과 동일선상에 두고 불법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앞서 같은 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독립 수사단 구성과 공정 수사를 지시한 것도 월권이란 지적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와 기무사,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계엄령 관련 문건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군·검 합동수사단의 중간 수사 결과, 내란음모 등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 전 대장의 갑질 의혹도 소리만 요란했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관련 사건이 불거지자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문 대통령은 “전 부처 차원에서 갑질 문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수원지방법원은 1심 판결에서 공관병 가혹 행위와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무죄’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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