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6일 뛰고 하루 휴식
선발 자주 바뀌면 마운드 흔들
무리하게 당겨쓰면 불펜 피로
5인 체제 잘 지킨 팀 성적 좋아

SK 올 연속 최다… 역대 4위
넥센 81경기 연속 역대 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탄탄한 마운드는 전력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다. 그중에서도 안정적인 선발투수력은 강팀과 약팀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KBO리그는 거의 모든 팀이 5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치른다. ‘주 6일 경기-월요일 휴식’ 패턴이 고정돼 있기 때문. 시즌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5인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하는 일이다. 안정된 선발진은 포스트시즌 진출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SK는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2019시즌 개막일인 3월 23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55경기 연속으로 이탈자 없이 5인 선발 체제를 가동했다. 지난달 30일 KT와의 경기에 조영우가 종아리를 다친 5선발 문승원 대신 선발투수로 등판하며 기록 행진이 멈췄다.

SK는 개막과 함께 55경기를 김광현(7승·사진), 외국인투수 앙헬 산체스(8승)와 브록 다익손(3승), 박종훈(3승), 그리고 문승원(3승)으로 이어지는 안정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했다.

개막 후 55경기 연속 5인 선발 로테이션은 올해 1위이자 역대 4위에 해당한다. 올해 이 부문 2위는 LG로 22경기다.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개막 후 50경기 이상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한 팀은 올해 SK까지 5개 구단이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넥센(현 키움)으로 2013년 3월 30일부터 7월 30일까지 81경기에서 개막 5인 선발진을 유지했다. 2위는 삼성으로 1982년 3월 27일부터 10월 14일까지 80경기에서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고수했다. 3위 역시 삼성으로 2006년 개막일이었던 4월 8일부터 7월 15일까지 70경기를 5인 로테이션으로 소화했다.

개막 후 5인 선발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좋은 성적이 보장된다. 2013년 넥센은 4위(72승 2무 54패)에 올라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삼성은 1982년 2위(54승 26패), 2006년 1위(73승 3무 50패)를 차지했다.

올 시즌 SK의 5인 선발진은 김광현이 이끈다. 김광현은 6일까지 7승 1패, 평균자책점 2.67로 순항하고 있다. 다승은 3위, 평균자책점은 올해 토종 선발진 중 1위(전체 6위)다. 아울러 84개의 삼진을 뺏어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광현은 특히 올해 13차례 등판에서 8번이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다.

최근 SK는 문승원의 부상, 새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의 합류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가 생겼다.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는 5선발 자리에 이승진이 등판했고, 오는 9일에는 소사가 국내 복귀전을 치른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문승원은 다음 주 1군에 복귀할 예정이다.

개막 5인 선발 로테이션이 꾸준히 유지된 팀들의 특징은 확실한 필승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2006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당시 ‘끝판왕’ 오승환(현 콜로라도 로키스)이 마무리 투수로 아시아 최다인 47세이브를 올렸고, 오승환에 앞서 등판한 셋업맨 권오준은 역시 아시아 최다인 32홀드를 챙겼다. 2013년 넥센은 손승락(현 롯데)이 46세이브를 올렸고 한현희가 셋업맨으로 홀드왕(27홀드)을 차지했다.

올해 SK는 신인 마무리 하재훈이 14세이브(4위)로 뒷문을 꽁꽁 잠그고 있다. 그리고 서진용(3승 12홀드), 강지광(2승 6홀드), 김택형(2승 2홀드) 등 젊은 ‘파이어볼러’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김태훈(3승 7홀드 7세이브) 등이 가세, 불펜의 짜임새가 돋보인다. 불펜이 강하면 선발진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

2013년 넥센을 지휘했고, 올해 SK 사령탑으로 취임한 염경엽 감독은 “5인 선발 체제를 꾸준히 밀고 가야 팀 전력이 안정된다”면서 “선발투수가 많이 빠지면 자주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국내와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등의 팀 운영 매뉴얼을 살펴보면 결국 선발이 강한 팀들이 리그를 지배한다”면서 “조만간 문승원이 다시 선발진에 복귀하면 5인 선발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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