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민주항쟁으로 수립된 ‘87년 체제’는 현재 헌법의 근간으로 한국 정치사(史)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고, 국정조사·감사권 등 국회의 권한을 회복해 진정한 삼권분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가 처음으로 완성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례없는 대규모 촛불시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적지 않은 정치인이 ‘87년 체제의 극복과 계승’을 얘기했다. 이미 완결된 절차적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의미를 담아 취임 후인 지난해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국회 모습을 봤을 때 과연 87년 체제의 극복을 얘기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군사 독재 시절 정부 견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던 입법부는 30여 년 전과 뭐가 달라졌냐는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여당의 모습은 어느 세력이 집권해도 그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으로부터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무조건 반대’만을 존재 의미로 삼았던 야당의 모습도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나 집권 여당 심판론 못지않게 국정 발목을 잡는 야당 심판론이 존재했었다. 국민은 민주항쟁을 통해 입법부의 권한을 되찾아 왔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 절차적 민주주의 속에서는 다른 것을 포용하고 타협을 통해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 이 의미를 6·10 민주항쟁을 맞아 여야 모두 되새겨야 할 것이다.
김병채 정치부 기자 haas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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