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홍콩 도심에서 100만여 명이 참여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하루를 넘긴 10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들이 의회까지 행진해온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진압에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9일 홍콩 도심에서 100만여 명이 참여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하루를 넘긴 10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들이 의회까지 행진해온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진압에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톈안먼 30주년·무역전쟁 속
中 검열 시스템 갈수록 강화
인터넷 우회망 없이 연결되던
WP·가디언 웹사이트도 차단

홍콩 ‘범죄인 인도’반대 시위
100만명 이상 참가 역대최대


중국 내에서 인터넷 우회망(網) 없이 연결되던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Guardian)의 웹사이트가 차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4일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30주년과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서 중국 인터넷 당국의 검열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SCMP가 WP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5월 말까지 가상사설망(VPN) 없이 중국 내에서 정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마지막 해외 언론 사이트 중 하나였던 WP와 가디언이 최근 차단됐다. VPN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우회해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망을 말한다. 중국 인터넷 당국은 ‘만리 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해 자국민이 해외 언론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만리 방화벽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 방화벽(fire wall)을 합친 용어로,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을 뜻한다. SCMP는 “최근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맞아 인터넷에 관련 글과 사진 등에 대한 검열이 강화되면서 WP 등의 사이트도 더 이상 접속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의 CNN도 홈페이지에 톈안먼 사태를 기념하는 톱 기사를 실은 뒤 웹사이트가 차단당했다가 해제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반체제 내용을 담은 홍콩과 대만의 사이트는 다 막고, 톈안먼 사태 등 민감 현안을 다루는 외신은 차단과 해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중국 내에서 로이터나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해외 언론 사이트는 수년 전부터 VPN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다. SCMP나 홍콩 밍바오(明報) 등 중국에 비판적인 홍콩 언론도 인터넷에서 차단된 지 오래됐다. 그동안 검색이 가능했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영어판도 지난달 중순 중국 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SCMP는 “중국의 검열 당국은 언론 사이트뿐 아니라 기업의 정당한 관행과 관련된 1만 개 이상의 도메인도 막고 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열 시스템은 우회 망인 VPN을 찾아내느라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9일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에 홍콩 시민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에 따르면, 주최 측 기준 103만 명(경찰 기준 24만 명)이 참가해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 등을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으며, 자정을 넘겨서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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