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원칙적 타결’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원칙적 타결’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한·영 FTA 원칙적 타결

EU 전체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
2년내 협정 업그레이드 조항도


한국이 10일 영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비한 ‘임시 조치(emergency bridge agreement)’ 성격이 짙다.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서 어떤 결론에 이르더라도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통상에서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영 FTA는 기존 한·EU FTA 수준의 협정에 준한다. 먼저 상품 관세는 모든 공산품의 관세 철폐를 유지하기 위해 발효 8년 차인 한·EU FTA 양허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우리 주요 수출품을 현재와 같이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원산지 문제에서도 영국이 유럽에서 조달하는 부품도 최대 3년 시한으로 영국산으로 인정해주는 등 브렉시트 충격파를 줄였다. 운송과 관련, EU를 경유한 경우에도 3년 한시적으로 직접 운송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EU 물류기지를 경유해 수출해도 협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적재산권 관련해 영국측 주류 2개 품목, 우리측 농산물·주류 64개 품목에 대해 지리적 표시로 인정하고 보호를 지속키로 합의했다.

또 중소기업의 편의를 위해 수출입 행정수수료에 대한 투명성을 한·미 FTA 수준으로 강화키로 하고, 우리기업의 수요가 큰 투자규범은 2년 내 검토해 개정할 수 있도록 반영했다. 양측은 브렉시트 상황이 안정화되는 경우, 추후에 ‘한·EU FTA 플러스’ 수준으로 2년 내 협정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번에 합의한 한·영 FTA가 한·EU FTA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1.0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발효 후 2년이 지나면 재검토해 한·영 FTA ‘2.0 버전’으로 협상을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향후 한·영 FTA 2.0 버전에는 한·EU FTA에 근거가 부족했던 투자자 보호 등 높은 수준의 투자협정을 담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양측은 4차 산업혁명 및 미래 신산업 시대에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협력 잠재력이 높은 5대 전략분야(산업혁신기술, 에너지, 자동차, 중소기업, 농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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