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전 세계 금융산업에서 거의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감원(減員)과의 전쟁이다. 과감한 선제적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서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에서 먼저 벗어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직원이 가장 많을 때는 무려 30만 명이 넘었다. 지난 2008년에는 28만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계속 직원을 줄여 현재는 20만4000명 수준이다. 또 다른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 역시 직원이 26만 명이 넘지만, 향후 3년 이내에 적어도 10% 이상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 역시 현재 15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계속 줄일 계획이며, 특히 올해에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은행 부문에서만 1600명 이상 감원을 준비 중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비엔피파리바와 유비에스(UBS)도 지난 10년 간 지속된 경제 침체 속에 혁신적인 비용 감축을 위해 최후의 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웃 일본 은행들 또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중이다. 스미토모은행은 내년 3월까지 5000명 이상의 직원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추가로 4000명 정도를 구조조정한다. 미쓰비시은행도 현재 지점 중 30% 정도를 폐쇄하는 것은 물론 향후 4년 이내에 1만 명 이상을 감원할 것이라고 한다. 미즈호은행 역시 향후 수년 내에 약 1만9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전 세계적인 감원과의 전쟁에서 국내 은행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지난 2년간 KB국민은행은 약 15%의 직원을 줄였고, 4대 시중은행은 평균 9% 이상의 인력을 감원했다. 그뿐 아니라, 지난 3년간 국내에서는 매년 100개 이상의 은행 지점이 문을 닫았으며, 폐쇄되는 지점 수가 매월 늘고 있다. 금융산업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모바일 뱅킹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제 굳이 과거처럼 지점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은 금융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관리 업무조차도 더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으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감원 열풍 속에 오히려 신규로 개설하는 지점이 늘어나는 곳도 있다. 우리의 예측보다 훨씬 빨리 무인화 점포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무인화 점포 전략은 중국이 우리를 훨씬 앞서 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젠서(建設)은행은 중국 최초로 상하이 주장루(九江路)에서 ‘무인 은행(無人銀行)’을 개설했다.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 대신에 안면인식, 가상현실(VR),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서비스를 구현했다. 전서은행은 올해에는 해당 서비스를 베이징까지 확대하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무인화 점포가 성장하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런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해 오는 8월 공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세계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 대책에 역주행하는 일이다. 한국 금융 산업이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이겨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본원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진정으로 한국 금융 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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