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료 수익전략으로는 한계
핀테크가 할 수 없는 일 해야
“서비스형 은행, ‘BaaS(Banking as a Service)’란 말 들어보셨나요? 앞으로 누가 더 편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습니다. 허브 은행을 향한 무한 경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약 2년 전 신한은행에 합류한 장현기(사진)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은 은행의 미래를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기회는 있지만 잡지 못하면 퇴출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비장한 선언으로 들렸다. 그는 서울대에서 입자물리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한국 IBM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 SK C&C 인공지능(AI)개발팀을 거친 디지털 전략가다. 그가 보는 금융혁신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공유 플랫폼의 확대입니다. 쉽게 말하면 금융을 오픈하는 거죠. 핀테크 벤처가 침투해 오는데 은행은 이미 가진 게 많으니 오픈해서 정보를 주면 상대방 것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휴해서 상대의 새로운 데이터 가치를 더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요.” 장 본부장의 플랫폼 베이스 전략은 그동안 네이버, 한컴, 부동산 중개앱 다방, 게임업체 넷마블, 크라우드펀딩업체 와디즈, 두타, 신세계 면세점, 한양대, 암웨이 등과 손잡는 결실로 나타났다. 그가 다른 업종의 외부 파트너와 악수하는 장면이 신문마다 사진으로 실렸다. 신한은행 앱은 넷마블 게임 아이템을 무료 제공하고, 다방 앱은 계약 시 대출 등 금융 업무를 신한과 함께하는 식이다. 서로의 손님을 공유하는 것이다.
‘새파란’ 물리학도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시도에 은행맨들의 저항은 없었을까. “직접 보여줬습니다. 파생상품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실시간 공유, 정보 오류 사전차단 등의 성과를 체험하게 했어요. 해보고 더 낫구나, 느끼는 게 변화의 지름길입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응용한 원격 동산 관리와 오로라(챗봇)도 개발했다.
장 본부장은 지난 4월 신한은행의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단행했다. 그는 “은행이 정보기술(IT) 벤처보다 유리하다”며 “호출 비용을 안 받더라도 유동성, 트랜젝션 자체에서 수익이 생긴다. 이건 IT 동네에선 표준화된 절차”라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리테일 금융은 돈 벌기 쉽지 않다. 앞으로 기업간거래(B2B), 투자금융(IB)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수수료 수익 전략으론 이제 안 된다. 핀테크가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장 본부장은 핀테크 접목 실험을 하는 전위조직인 신한은행 6개 랩(lab)을 정비하고 디지털 X 랩은 새로 창설했다. 기술에 특화된 금융 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내년까지 지능형 챗봇을 개인맞춤형으로 고도화하고, 콜센터에도 불완전판매 방지까지 가능한 보이스형 AI를 넣을 계획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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