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남기(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당정, 세제 개편안 확정

사후관리기간·업종범위만 완화
대상기업 그대로…실효성 미미
수백개 중견기업은 ‘공제 사각’
전세계서 한국만 가업승계 규제

정부 “부의 대물림 비판탓 제외”
9월 국회 제출 입법 진통 예고


정부와 여당이 11일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중소·중견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현행 ‘3000억 원 미만’으로 유지했다. 막판까지 당정 간 이견을 보였지만 정부가 ‘부의 대물림’ 비판에 ‘반쪽짜리’ 개편안을 관철한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체계적인 기업승계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대상 기업을 연평균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이날 기획재정부의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중견 기업의 숫자는 4014개로, 이 중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은 3471개(86.5%), 3000억∼5000억 원 미만은 282개, 5000억∼1조 원 미만은 172개, 1조 원 이상은 89개였다. 이번에 매출액 기준을 그대로 두면 공제대상 기업은 3471개에 그친다. 중소기업들은 모두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수백 개에 이르는 중견기업이 여전히 공제 혜택의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


기재부는 “국회에 공제대상·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원 입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한편에서는 가업상속공제가 ‘부의 대물림’을 쉽게 하므로 공제대상 및 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대상 기업 확대 여부는 찬반이 대립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사안이라 개편안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매출액 기준 확대’가 쟁점으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정부가 개편안을 담은 세법개정안(상속·증여세법)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하면 여야 논의 과정에서 대상 기업의 수와 혜택을 늘리자는 요구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매출액 기준을 50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까지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이에 대해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국회에 다수의 의원입법안이 제출돼 있어 (확대 여부를) 논의하게 되겠지만, 앞서 수차례 밝혔듯 공제 한도와 매출액 기준을 올리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중소·중견 기업이 10년 이상 경영을 유지하도록 한 ‘사후관리 기간’을 완화했다. 지금은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 기업이 최대 500억 원의 상속세 공제 혜택을 받으면 10년 동안 고용 인원을 100% 유지(중견 기업은 120% 이상)해야 하고 업종을 변경할 수 없으며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고용·업종·자산·지분 등의 유지 기간을 7년으로 줄였다.

실제로 가업상속공제의 연간 이용 건수와 금액은 2015년 67건(1706억 원), 2016년 76건(3184억 원), 2017년 91건(2226억 원)에 불과해 제도 활용이 저조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독일 7년(100% 공제 시), 일본 5년 등 사후관리 기간이 우리나라보다 짧은 점도 고려됐다. 이밖에 개편안에는 기업 부담 완화에 상응해 불성실한 기업인에 대해서는 조세 지원을 배제하는 방안이 신설됐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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