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호는 남극대륙의 웨들해가 겨울에 꽁꽁 얼어붙으면 형성되는 거대한 호수다. 펭귄이나 고래·물범 등이 얼음 밖으로 나와 숨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호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수년간의 로봇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력한 바람이 바닷물을 순환시켜 짜고 따뜻한 물이 표면으로 올라오면서 빙호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를 통해 심해에 저장된 거대한 이산화탄소가 지표면으로 방출될 수 있어 기후시스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이러한 내용의 ‘남반구 기후 이상과 관련된 남극해 폴리냐’(Antarctic offshore polynyas linked to Southern Hemisphere climate anomalies) 연구 결과를 10일 게재했다. 스티븐 라이저 워싱턴대 해양학과 교수팀이 이끈 이번 연구는 빙호가 허리케인에 가까운 강력한 바람이 남극대륙의 웨들해를 휘감고 바닷물이 여러 가지 조건을 갖췄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해류를 따라 흐르는 로봇 측정기로 남극해를 조사하고 바다 물범에 센서를 장착해 수집한 자료, 수십 년의 위성 이미지, 기상자료 등을 종합 분석했다. 이 결과 표층수의 염도가 특히 높고 강한 바람이 바닷물을 순환시키면 아래층의 더 짜고 따뜻한 물이 표면으로 올라오고, 이 물이 차가운 공기로 냉각되면서 밀도가 높아지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 1도 정도의 물로 대체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과정에서 빙호가 표층수와 저층수를 완전히 뒤집어놓는다는 사실도 처음 발견했다. 남극 저층수는 수세기에 걸쳐 가라앉은 유기물 등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빙호가 크게 형성돼 오래 유지되면 지구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빙호는 얼음구멍을 뜻하는 러시아어 ‘폴리냐’라고도 불리며, 1974년엔 뉴질랜드 크기의 규모도 확인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