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는 ‘연결’이다. 초연결 사회라고도 한다. 네트워크 사이언스는 컴퓨터로 연결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점과 선을 연결하는 망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찾으려는 시도다. 점은 노드(node), 선은 링크(link)라 부른다. 노드는 웹페이지, 공항 등 온·오프 라인의 어떤 점이라도 좋다. 링크는 이들을 잇는 경로다. 웹페이지를 연결하는 웹 지도, 공항을 연결하는 항공사 취항 노선도 같은 것이다. 복잡한 세상의 관계망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보여준다. 노드끼리 뭉친 집단은 클러스터(cluster), 링크가 몰린 대형 노드는 허브(hub)이다. 클러스터와 클러스터, 허브와 허브 간에도 링크가 존재한다. 네트워크 극단주의자들은 연결 그 자체가 현실세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머리가 좋다는 것은 뇌세포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게 아니라 상호 연결이 더 촘촘하다는 의미라고.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개성이나 주체성이 아니라 내가 맺는 관계가 ‘나’란 존재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연결과 관계를 말할 때 반드시 인용되는 두 학자가 있다. 1967년 스탠리 밀그램 교수는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매사추세츠 보스턴까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우편을 보내는 실험을 했다. 우선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마지막 수신인을 가장 잘 알 것 같은 주변인에게 다시 전달해 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결과는? 불과 여섯 사람을 거쳐 목표한 사람에게 배달됐다. ‘좁은 세상 실험’은 6단계 분리 이론을 낳았다. 1973년 마크 그래노베터 교수는 새로운 직장을 구한 이직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했다. 의외로 친구보다 그냥 아는 사람의 소개로 취직한 사람이 더 많았다. 가까운 친구보다 먼 지인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평소 어울리는 집단은 동질성이 높아 친구가 아는 정보는 나도 대강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다 본 지인은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해 있어 신선한 제안을 해준다. ‘약한 연결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 논문이 됐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온통 확증편향의 세상이다. 나와 같으면 옳고 다르면 틀렸다고 여긴다. 온통 스트롱 타이의 작은 원 속만 맴돈다. 약한 연결은 끊어져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 속 경로의 길이가 너무 길다. 지하철로 치면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가려면 수십 개 역을 거쳐야 한다. 마치 환승역이 없는 노선도 같다. 1호선, 2호선, 3호선이 모두 따로 논다. 연결 역에서 갈아타면 10분이면 되는데 그냥 가니 1시간이나 걸린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클러스터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자. 어차피 개별 노드는 비슷한 조건끼리 만나고 뭉치게 돼 있다. 그러나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위크 타이, 흔들리는 구름다리가 없다면 세상은 단절된다. 정부는 야당과 연결하라. 스트롱 타이를 맺으라는 게 아니다. 그저 위크 타이로 느슨하게 손잡으면 된다. 보고 싶은 연결의 리스트는 이어진다. 대기업은 벤처와 연결하라.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와 연결하라. 약한 연결의 힘이 좁은 세상을 만든다. 연결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우리를 구성하고 규정짓는다. 초연결 대한민국이 보고 싶다.
no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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