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텃밭 체험학습 등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 사하구 중현초 채석도(64) 교장이 ‘방과후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3∼4학년 학생들과 함께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채석도 교장 제공
교내텃밭 체험학습 등 학생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 사하구 중현초 채석도(64) 교장이 ‘방과후 학교’ 수업을 듣고 있는 3∼4학년 학생들과 함께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채석도 교장 제공
부산 중현초 채석도 교장

매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
늘 웃는 얼굴로 한마디씩 칭찬

운동장 구석에 50평 텃밭 조성
학생 이름붙여 재배·관리 맡겨

유리창 닦기·신발장 정리 등
교사에게도 ‘찾아가는 흑기사’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초등학교 교장’이라고 하죠? 다른 건 모르겠지만, 교장이 되니 주변 눈치 보지 않고 학생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교장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던 과거에는 실제 그런 말이 있었다. 하지만 부산 중현초 채석도(64) 교장은 ‘다른 의미’에서 교장을 최고의 직업으로 꼽았다. 교단에 선 지 올해로 42년 됐다는 그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처음 교장이 돼서는 제 유별난 행동 때문에 비웃음을 많이 샀어요. 제가 이벤트를 좋아하거든요. 국화를 한 아름 사서 교사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직접 삶은 고구마를 가져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나눠주기도 해요. 운동장에서는 아이들과 같이 줄넘기를 하기도 하죠. 너무 권위가 없어서일까요? 주변에서 ‘저 또라이가 언제까지 저렇게 하나 보자’라는 말까지 나왔어요. 하지만 상관없었어요. 전 선생님이란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면 아이들도, 선생님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하게 됩니다.”

채 교장의 하루는 교문 앞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매일 아침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지척에 두고 있는 중현초 교문 앞으로 가면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볼 수 있다. 2년 전 이 학교로 부임하면서 집도 학교 근처로 이사했다고 한다. 그는 “넓고 반듯한 운동장과 강당, 여러 가지 꽃과 식물이 자리한 텃밭, 참 좋은 선생님, 학교폭력 없는 교실, 이 모두를 가진 학교에서 일한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며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교장실은 늘 학생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교장실에는 초콜릿, 박하사탕 등 학생들을 위한 간식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칭찬하기’다. 등교하는 학생에게도, 우연히 마주친 학생에게도 늘 웃는 얼굴로 꼭 한마디씩 칭찬을 건넨다. 그는 “과잉행동이나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더 살뜰히 챙기려고 노력한다”며 “‘교장실로 놀러 오라’며 이야기도 나누고 칭찬을 하면 아이들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운동장 구석과 울타리 너머에 165㎡(50평) 정도의 텃밭을 조성했다.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등이 학생들의 힘으로 자라고 있다. 작물마다 4∼6학년 학생들의 이름을 붙여 아이들이 직접 관찰하고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때론 교사들에게 ‘찾아가는 흑기사’가 되기도 한다. 높은 유리창 닦기, 아픈 아이 병원에 데려가기, 신발장 정리해주기, 풀 뽑기, 학교 구석구석 청소하기 등 언제든 도움을 자청한다. 인근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날 정도라고 한다. 그는 “학교 텃밭이나 화단에서 일하고 있으면 교장인 줄 아무도 모른다”며 “지역 주민들도 학교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봐주신다”고 말했다.

채 교장은 23세에 교사생활을 시작, 내년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아직도 첫해에 가르친 학생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초임 때 담임을 맡았던 제자 54명과는 지금까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6학년 학생이었던 그들도 이제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이 됐다. 그는 “제자들과 열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이젠 같이 늙어가는 사이가 됐다”며 “얼굴만 보면 ‘형님’으로 보이는 제자도 많아 서로서로 ‘행님∼ 한잔 받으이소∼’라고 농담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제자들을 보면 다 기억이 난다”며 “한 번은 한 중년 여성이 ‘선생님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라고 물었는데, 별명을 불러주니 깜짝 놀라더라”고 말했다.

채 교장의 아이 사랑은 학교 담장을 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을 계기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고 네팔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부산지역 학교들을 뛰어다녔다. 40곳이 넘는 학교 교장들에게 직접 연락해 학교 모금을 독려한 결과, 지진으로 무너진 네팔 학교를 다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후로는 부산지역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해 학교 모금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당시에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교사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신을 ‘행운아’라고 표현한 그는 “교장 월급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아 민망하다”며 웃었다. 그는 “50세가 넘은 제자들에게 아직 ‘선생님’이라 불리면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과거와 달리 교사에 대한 권위나 존경심이 사라지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지만 교사가 열심히 하는 만큼 학생, 학부모들도 인정해주고 보람도 얻게 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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