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씽로튼’

뮤지컬‘썸씽로튼(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150분이 훌쩍 지나간다. 배우들의 춤과 노래가 흥겨움으로 일렁이며 시종 관객을 사로잡는다. 객석에선 쉴 새 없이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진다.

“뮤지컬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픽션 스토리로 꾸민 이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 흥행작으로, 해외 첫 공연을 서울에서 펼치고 있다. 이야기 배경인 16세기 영국을 재현한 무대와 의상이 무척 화려하다. 뉴욕에서 검증을 거친 작품답게 무대 전환이 빠르고 다채로우며, 배우들의 연기는 몸에 딱 달라붙은 듯한 느낌을 준다. 뮤지컬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의 대사와 노래를 패러디한 내용은 절묘해서 절로 감탄이 나온다.

제목은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 작품 ‘햄릿’의 대사(“Something is rotten in the state of Denmark”)를 차용 했다. 당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셰익스피어의 그늘에 가려 연극 흥행에 번번이 실패하는 극작가 닉, 나이젤 바텀 형제가 주인공이다. 형 닉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조카라고 주장하는 토마스를 찾아가고, 미래에 연극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는 뮤지컬이 유행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그런데 뭔가 20% 부족해보이는 토마스는 셰익스피어의 다음 작품 ‘햄릿’을 ‘오믈렛’으로 잘못 예언한다. 이에 닉은 셰익스피어에 앞서 오믈렛을 주제로 한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썸씽로튼’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담고 있다. 배꼽을 쥐게 하는 코미디 극이지만 삶의 역경을 대하는 태도를 곱씹어보게 하는 울림도 작지 않다.

가죽 재킷을 입은 스타 작가 셰익스피어는 겉보기엔 자뻑 사내이지만 바텀 형제의 좌절을 감싸 안는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의 캐릭터도 냉혈한에 그치지 않고 중층적 이다. 닉의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 걱정 말라며 스스로 난국을 헤쳐나가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라임을 맞추는 셰익스피어 소네트가 등장하고, 대사에 영어식 언어 유희가 많다. 번역자 황석희는 ‘삶은 달걀’ 등 우리 관객이 익숙한 표현을 구사해서 이해를 도왔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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