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 /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그림책에서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어린이는 엄마와 아빠가 온종일 일하고 돌아와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보여주는 표정, 잠자리에서 이불을 덮어주며 건네는 말, 놀다가 듣게 되는 전화 통화 같은 것으로 바쁜 바깥세상을 짐작한다. 양육자는 어린이가 상상할 수 있는 삶의 모델이고 세상으로 달려나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자아는 양육자와 나누는 다양한 교감의 순간과 더불어 성장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양육자의 모습도 그 교감의 일부를 담당하며 아이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런데 그동안 그림책이 그려온 엄마, 아빠들은 성 역할 고정관념에 갇혀 있거나, 육아로 지친 상황에서 아이에게 그 부정적인 감정을 투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사랑의 표현으로 채워진 그림책도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화난 엄마, 피곤한 아빠, 가련한 엄마, 용감한 아빠의 공식은 어린이 독자 입장에서 별로 즐거운 해답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의 감정을 털어놓느라 아이의 관심과 속마음에는 무관심해 보이는 일방적인 서사도 많았다.

고정순 그림책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는 새로운 매력을 가진 가족 그림책이다. ‘아빠 힘내요’ 풍의 단순한 응원가가 아니다. 전작인 ‘엄마 왜 안 와’에 이어서 작가는 과장되지 않은 수평적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연민 어린 양육자의 독백이 아니라 어린이의 따뜻한 상상이다. 작가는 “우리 엄마 아빠는 뭐 하고 있을까?”라는 흔한 질문에 대해 지혜롭게 답한다. 거기에는 어린이가 몰랐던 그늘도 있지만, 어른들의 푸념은 없다. 어린이는 엄마와 아빠의 모험에 동행하는 협력자가 된다.

‘엄마 왜 안 와’에서, 회사에서 화가 잔뜩 난 꽥꽥이 오리를 만났지만 잘 해결하고 가겠다고 약속하던 엄마는 아이가 보고 싶어서 어두운 밤길을 용감하게 달려오는 사람이다. 아이는 이런 엄마를 이해하고 하늘색 망토를 두른 채 씩씩하게 엄마를 맞이한다. ‘아빠는 내가 지켜 줄게’에서는 주홍빛 망토를 두른 또 다른 어린이 영웅이 나온다. 아빠가 딸에게 “우리 예쁜 딸, 나중에 크면 좋은 사람이 우리 딸 지켜주면 좋겠어”라고 말하자 딸은 “아빠, 지켜주는 게 뭐야?”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자신이 날개가 되어 아빠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는 택배 일을 하는 아빠의 무거운 상자에 하나하나 꿈의 날개를 달아준다. 오늘도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은 저마다 힘껏 고단한 경기를 뛴다.

이 책은 그 2인 3각의 나날을 편견 없이 다독여주는 든든한 그림책이다. 36쪽, 1만3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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