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오만海서 유조선 2척 피격

미군 “이란 경비정, 日선박 접근
선체에 부착된 불발 기뢰 제거”
미군 항공기가 현장 촬영한 듯

이란, 공격 부인하며 美측 의심
“불안 조성해 이득 얻으려는 덫”


전 세계 원유 젖줄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피격사건이 한 달 만에 재발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이란 책임을 못 박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구축함 파견 등 최고 수위의 대응에 나섰다.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도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가운데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 공작설, 테러조직 관여설 등을 제기하며 연루설을 강력 부인해 중동이 일촉즉발 긴장 상황에 접어들었다.

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사건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를 노리는 이란의 소행으로 확인하고 갈수록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공격 목적은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있다”며 “이란은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며 이를 시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란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2차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길이 막히자 기름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 등으로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란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하루평균 원유 해상물동량(5290만 배럴)의 31.8%(1680만 배럴)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무대로 위기감 조성에 나섰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소행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증거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피격당한 유조선 ‘고쿠카 커레이저스’ 측면에서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제거되기 전 기뢰를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CNN은 미 관리 4명을 인용해 이란의 해군 선박이 미폭발 기뢰를 제거하는 동영상을 미군 항공기가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군사적 대응 수위도 높였다. 미 중부군 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구축함 메이슨 호가 오만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며 “방해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역시 유조선 공격 배후로 이란을 겨냥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폼페이오 장관 발언 직후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와 의견이 같다. 이란은 이런 일을 한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투르키 알말리키 사우디군 대변인도 “오늘 유조선 공격과 지난해 바브 알만데브해협에서 후티(예멘 반군)가 벌인 사건이 연결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아파 무장세력인 예멘 반군의 배후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있는 만큼 이란을 범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반면 이란은 공격 연루설을 부인하며 오히려 미·이스라엘 정보기관 또는 테러조직 등을 의심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14일 트위터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라고 주장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중동 모든 나라는 지역 불안을 조성해 이득을 얻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고쿠카산업 소속 고쿠카 커레이저스호(파나마 선적)와 노르웨이 프런트라인 소속 프런트 알타이르호(마셜제도 선적)가 이란 해안에서 45㎞ 떨어진 호르무즈 해협 입구 오만해에서 어뢰 및 기뢰로 의심되는 공격을 받아 선원 44명이 탈출했다. 두 유조선은 선내에 불이 날 정도로 큰 피해를 당했으나 이후 화재가 진화돼 침몰하지는 않았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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