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늘어놓는 전시 대신
일상언어로 과장없이 전달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제는 ‘기후변화’일까? 올 초 유럽 전역에서 미술운동가들이 기후변화를 두고 시위를 벌일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너무 과했다. 이탈리아관은 5분 간격으로 스모그처럼 ‘생각하는 머리’(2018)라는 인공안개를 피워올렸고, 프랑스 국가관은 바다를 여행하며 만나는 온갖 쓰레기가 로레 프로보(1978∼)의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푸른 심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다. 노르딕 국가 공동관에도 기후변화가 지구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상예보:미래예보’가 전시 중이며, 태국의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1986∼)나 캐나다의 존 래프먼(1981∼)도 애니메이션으로 생태문제를 다룬 작품을 출품했다. 하지만 제3의 주제(?)인 기후변화를 다룬 작품 중 단연 압권은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투아니아 국가관이었다. 지금까지 지구온난화 현상을 다룬 소위 ‘재난미술’은 거개가 지시, 설교적인 폐기물을 매달거나 늘어놓는 작품이었지만 리투아니아의 ‘태양과 바다’는 어찌보면 기후변화와는 관련 없는 재미있는 한편의 오페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으로 그것은 보는 이의 뒤통수를 쳤다. 베니스의 골목이 얼마나 좁고 길며 복잡한지 알려주듯 돌고 돌아가야 하는 군사보호구역 안 창고 앞에 이르니 뜻밖에도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작품은 2층으로 이뤄진 창고 1층에 약 30t의 모래를 부어 인공 해변을 조성하고, 그 해변에서 가수들이 피서객처럼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연출한 뮤지컬 또는 오페라 공연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 공연 시간은 60분으로 계속 같은 내용이 비디오처럼 실연된다. 관객들은 2층에서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그들의 노래 대화를 듣는다. 출연진은 비치파라솔 밑에 수건을 두르고 누워, 휴대전화를 스크롤하고, 침 묻혀 잡지를 넘기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낸다.
노래를 들어보면 까다로운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자신의 쓰레기나 개똥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백사장이 더럽다고 불평한다. 어떤 귀부인은 호주의 산호초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본 순백색의 산호초를 자랑하느라 바쁘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지 않는다고 한 청년은 불평을 늘어놓는다. 피서객들은 사소한 불편을 토로하는 우리를 대신해 노래로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 작품의 묘미는 훈계조가 아닌 미묘하고 낭만적인 일상의 언어로 기후변화의 위기를 과장 없이 웅얼거린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무대 미술감독 출신인 루자일 바치우케이트(1983∼), 극작가 바이바 그레이니트(1984∼), 작곡가 리나 라플리테(1984∼)등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그리고 공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즉 신작이 아니다. 2011∼2013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오페라 형식의 작업물은 이미 유럽에서 6개의 상을 받았고, 20개 이상의 축제에서 공연된 바 있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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