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저가경쟁에 수익성 악화
대기업은 실적 없어 수출 급락
“정부 무리한 개입에 혁신 위축”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 보호를 위해 도입한 ‘대기업의 공공 SW 시장 참여 제한’이 오히려 정보기술(IT) 서비스 생태계를 망치는 시대착오적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에 밀려 사업을 제대로 수주하지 못하고, 중견기업은 프로젝트 수행 능력이 떨어져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법으로 국내 수주전에서 배제된 대기업은 관련 사업 실적 부족으로 외국 입찰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7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IT 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개정된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집단 대기업은 공공 SW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매출액 8000억 원이 넘는 SW 업체도 총사업비 80억 원 미만의 공공사업을 수주하지 못한다. 다만, 2016년부터 이른바 ‘ICBMA’(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인공지능) 등 신산업 영역에선 정부의 별도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제한적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심의 통과율은 2016년 68.2%에서 2018년 42.9%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공공 SW 사업 대기업참여제한 제도의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공 SW 시장에서 대기업을 규제하면서 시장 경쟁구조가 왜곡돼 참여 기업 모두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SW 외국 수출도 대기업 참여 제한으로 수요자가 요구하는 ‘유사 사업 실적’을 맞추지 못해 제약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전자정부 수출 실적은 2015년 5억3404만 달러(약 6331억 원)에서 2017년 2억3610만 달러(약 2798억 원)로 ‘반 토막’이 났다. 업계에선 올해 수출 규모가 2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 규제에 삼성SDS는 전자정부 사업을 접었고, LG CNS의 전자정부 수출 실적은 2016년 315억 원에서 2018년 55억 원으로 급락했다. 2년마다 진행하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1위(2014년)에서 3위(2016년)로 떨어졌다.
악화일로의 중소기업들도 “이대로라면 미래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규제 취지와 달리 전체 공공사업의 20%가량은 7∼8개 중견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저가 출혈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중견기업 공공 SW 사업 영업이익률은 0.001%(2014년 기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대기업 시장 참여 제한으로 시장 창출이 가능한 혁신성장동력 사업 추진이 위축됐다”며 “대기업이 사업 수주 때 중견·중소기업 참여 비중을 높이면 가산점을 크게 부여하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김병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정부 사업이 수출 확대를 통해 국내 IT를 육성한다고 판단되면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전자정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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