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치러진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의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3일 치러진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의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야당 후보 54% 득표… 9%P差
터키 경제난 심각에 민심 이탈
에르도안 ‘정치적 고향’서 패배


야권 후보의 당선을 취소하고 실시된 터키 이스탄불 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다시 승리하면서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3일 아나돌루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개표 결과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49) 전 뷔이윅체크메제 구청장이 54.03%를 득표해 ‘정의개발당(AKP)’의 비날리 이을드름 후보(45.09%)를 약 9%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는 지난 3월 말 지방선거 당시 0.2%포인트보다 더 큰 격차다. 이을드름 후보는 “현재까지 개표 결과를 보면 경쟁자 에크렘 이마모을루가 앞서고 있다”며 “축하하고 행운을 빈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마모을루 후보는 개표 결과가 전해진 후 연설에서 “이스탄불이 터키 민주주의 전통을 수호했다”며 “이 결과는 그냥 승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이마모을루 후보는 “우리 대통령과 조화롭게 일할 준비가 됐으며 가능한 한 빨리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번 여당의 패배 원인으로는 ‘경제난’이 꼽힌다. 터키 경제는 지난해 3·4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하며 공식적으로 경기후퇴(recession)를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월 말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이 20%를 웃돌았고 올해 2∼3월에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실업률은 공식 수치로 13%로 10년 만에 최악을 달리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독재체제를 강화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에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구 1500만 명의 최대 도시이자 터키 경제·문화의 중심지인 이스탄불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평가받고 있어 이번 패배가 더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치신인이었던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터키 정계의 신데렐라로 부상했고 이를 기반으로 16년 장기집권 해오고 있다. 2003년 내각제 아래 총리로서 처음 집권한 뒤 권력체제를 바꿔 처음 실시된 2014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스탄불 시장직은 늘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당의 몫이었다. 3월 지방선거 때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지면 터키에서 진다”고 말하며 선거에 많은 지원을 했을 정도로 이스탄불 시장직은 상징·실질적 의미가 크다. AKP 사정에 능통한 언론인 무라트 옛킨은 BBC방송에 “에르도안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패한 만큼, 25년간 커져만 가던 에르도안의 영향력이 처음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AKP 내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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