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극적 책임자는 하메네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 촉구
이란 “미국은 민주주의 경멸
전쟁을 갈망하고 있다”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드론) 격추 등에 대응해 이란 정치·종교 최종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0) 최고지도자를 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리는 추가제재를 단행했다. 사실상 이란의 ‘국가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초고강도 압박으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전략인데 이란은 “미국이 전쟁을 갈망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중동을 무대로 한 양국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을 제재대상 명단에 올리는 대이란 추가제재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 등을 강타할 제재”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권의 적대행위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하메네이에게 있다”며 이번 제재가 미군 드론 격추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지만 이번 사건이 없었어도 부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핵 야망을 버리고 파괴적 행동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권리를 존중해 선의로 협상테이블에 돌아올 것을 이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사령관 8명도 제재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대외 협상창구인 무하마드 자리프 외교장관도 이번 주 후반 제재대상에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행정명령에는 이란 최고지도자 및 최고지도자실,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공직자 또는 이란 국내 및 해외조직의 장, 미 재무장관이 법무장관과 논의를 거쳐 지정한 인물 등을 광범위하게 제재대상 명단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제재대상이 될 경우 해당 개인·단체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드론 격추에 대응한 군사공격을 지시했다가 10분 전 철회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이란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는 점은 전쟁을 제외한 최고 강도의 제재로 압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다.
이란 군 통수권자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운용하는 막대한 자산이 미국은 물론 중동 우방국들을 위협하는 군사활동의 돈줄이라는 점도 제재를 단행한 이유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란 국가정책의 최종결정권자이자 신정일치 국가 이란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최고지도자를 겨냥함으로써 이란의 체제 변화까지 꾀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 국무부는 이날 제재대상 명단을 밝히면서 최고지도자 호칭 대신 ‘아야톨라’라고만 명기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관료들은 이란을 ‘정부’ 대신 ‘정권’이라고 칭하는 등 사실상 정상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조준한 이번 추가제재에 이란 측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리프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그들은 민주주의를 경멸하며 전쟁을 갈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관영 IRNA 통신도 미국의 추가제재에 대해 ‘미국의 자포자기’라며 비판했다. 이날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유엔주재 이란대사도 “미국은 이란국민에 대한 경제적 전쟁을 멈춰야 한다”면서 “누군가 당신을 위협한다면 그와는 대화를 시작할 수 없다. 아직 대화할 여건이 준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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