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노동운동은 철저히 노동조합 조합원의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갖기를 거부한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이 아닌 나머지 90% 노동자의 이해와 대립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고용된 자영업자들의 이해와도 대립한다.
1950년대의 유물이라 할 한국노총만 그런 게 아니다. 1980년대의 유물인 민주노총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된 이후 “모든 집회와 투쟁에 노동탄압 분쇄 요구를 걸고 싸울 것”이라며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에 이어 18일에는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사회가 발전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존재, 곧 수구 반동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참담한 일이다. 이제 차세대 노동운동이 나와서 이들 구시대의 유물을 미래를 위한 유산으로 대체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도 않는다.
노동운동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이는 엄청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고착되고, 이른바 상위 10%와 나머지 90%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노동운동은 상위 10%의 기득권을 지키는 운동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이해가 대립하는 쟁점에서 노동운동은 노골적으로 기성세대의 편에 선다. 최근 논의되는 정년 연장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동이다.
청년세대가 노동운동에 대해 적대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민주노총에 대해 호의적인 청년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래서 청년들 앞에 서면 변명부터 늘어놓게 된다. 우리는 젊은 시절 왜 그렇게 노동운동에 열정을 바쳤던가? 청년들에게 미안하고 무책임한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민주노총이 이런 괴물이 되라고 우리가 만든 것은 아니다.
오늘날 민주노총이 보이는 행태는 괴물의 난동과 다를 바 없다. 상층 노동자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미래를 내다보지도 않는다. 다음 세대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노동개혁에 저항하고 연금 개혁에 저항한다. 그것을 시도하는 정권을 이른바 촛불시위로 무너뜨리고, 의기양양한 모습은 마치 깡패 집단을 보는 듯하다. 민주노총은 점점 현 정권의 부담이 되어 가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고, 불평등을 유지 확대시키는 반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노동운동,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노동운동을 사람들은 흔히 ‘귀족노조’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귀족노조’라는 말보다는 ‘기득권 노조’라는 말을 쓰고 싶다. 원래 ‘노동귀족’이라는 말은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권력과 돈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알고 있다. 매우 부정적인 어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귀족노조’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닌 듯하다.
노동운동이 원래 추구해야 마땅한 ‘가치’를 외면한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모습을 감추느라 반일(反日) 민족주의에서 알리바이를 찾는 모습은 참으로 위선적이다. 용산역 앞에,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 소녀상을 세우고,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면 자신들의 행동이 독립운동이라도 되는가? 기성세대는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차원에서 책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괴물을 죽이든지 우리에 가두든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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