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등포구 당산동에 위치한 ‘서울하우징랩’에서는 집을 주제로 한 작은 영화제가 열렸다. ‘집나온 영화제’라는 독특한 이름의 이 영화제에서는 잘 알려진 ‘첨밀밀’에서부터 독립영화까지 영화를 통해 집과 도시,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1층 카페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니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미로가 눈에 띄었다. 좁고 예측할 수 없는 공간탐험을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보라는 의도가 숨어 있는 재미있고 신기한 체험전시였다.
주말 저녁, 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서울하우징랩’은 주거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공유공간이다. 2018년 10월 1일 문을 연 이곳은 4년 동안 방치되고 있던 청소년수련시설을 개조해 만든 곳이다. 지상1층∼지하1층의 360평 규모로 개방형 코워킹 스페이스와 카페, 교육 및 세미나가 가능한 강당까지 갖춘 이곳은 곳곳에 설치된 예쁜 책장과 전시물로 인해 북카페처럼 보인다. 25개소의 주거복지센터를 관장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중앙주거복지센터와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의 사무실이 이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울하우징랩’은 주거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가 주거문제에 대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안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이곳의 이름에 연구의 의미를 가진 ‘랩(Lab)’이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주거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해 주거의제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이곳에서 실험할 수 있다. ‘집나온 영화제’도 이런 과정의 결과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장애인의 삶의 질에 관심을 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의 형식을 제안하는가 하면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을 키우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임도 있다.
운영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공간을 조성하면서 처음부터 민간운영단체와 협력해 공간을 만들었다. 민간운영단체는 집에 대한 모든 논의의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면서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새롭게 필요한 공간을 발굴, 보완해가는 방식으로 이곳을 진화시키고 있다. 민간운영단체는 이 공간의 지속성을 위해 완전한 독립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하우징랩’의 단단한 공간구성과 촘촘한 운영은 새로운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노력의 결과다. 1인 가구의 부상으로 새로운 주거형태가 만들어진 것처럼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면서 집과 마을도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고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